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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성의 씨네IN&OUT] 억눌린 스트레스 날려준 ‘SF영화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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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6 11:25:33 수정 : 2017-12-16 11: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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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단상

“재밌다 해서 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다 챙겨 보지 않아서··· 오래전 고전편들을 빼버리고 최근 것들만 먼저 본 뒤 ‘라스트 제다이’를 봐도 될까요?” “아예 안 본 건 아니고 몇 편 본 것 같은데, 뭐가 뭔지··· 너무 어릴 때라 내용이 기억나지 않네요.”

14일 개봉한 ‘라스트 제다이’에 종종 붙는 댓글이다. ‘라스트 제다이’는 ‘스타워즈’ 시리즈 1∼9편 가운데 8편에 해당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처음 접하거나 1977년작 1편을 보던 때의 감동을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지만 일상에 쫓겨 이를 챙겨 보지 못한 중년들을 위해, 스타워즈 골수 광팬이 띄워놓은 댓글도 하나 소개한다.  

“7~9편 스토리의 핵심인 카일로 렌에 대해 이해하려면, 루크와 레아의 이야기를 알아야만 합니다. 이들에 앞서 다스 베이더가 누구인지, 그보다 먼저 아나킨부터 살펴봐야만 하죠. 하지만 아나킨의 이야기는 1~3편에, 다스 베이더와 루크, 레아는 4~6편에 등장합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아나킨과 다스 베이더 사이에 발생하는 줄거리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스핀 오프일 뿐 ···.”

‘스타워즈’ 시리즈는 4∼6편이 세상에 먼저 나왔다. 당시 기술로는 1∼3편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30년을 내다보고 영화 전편을 미리 기획한 조지 루커스의 안목과 포부, 배짱이 놀랍다.

시리즈 전체의 스토리를 즐기고 싶다면 1편 ‘보이지 않는 위험’, 2편 ‘클론의 습격’, 3편 ‘시스의 복수’,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4편 ‘새로운 희망’, 5편 ‘제국의 역습’, 6편 ‘제다이의 귀환’, 7편 ‘깨어난 포스’ 순으로 보면 된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발전 과정과 액션 신, 반전 등을 중시한다면 4, 5, 6, 1, 2, 3, 7, 로그 원의 순서가 좋겠다. 이는 개봉 순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 미국은 격동의 시대를 지나고 있었다. 베트남전, 워터게이트 사건, 오일쇼크, 유례없는 물가 상승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나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도 컸다. 서른살이었던 영화감독 조지 루커스가 ‘스타워즈’ 이야기를 쓴 것은 바로 이때다. 미국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함과 동시에 그들이 오랫동안 갈구했던 새로운 ‘신화’가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현대의 동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에게는 어떠한 형태든 ‘신화’가 필요했다. 한때의 ‘서부극’이 그러했듯···.”(루커스)

‘스타워즈’는 당시 대중에게 암울한 현실을 잊게 하는 도피처 역할을 했다. 이 시기 함께 등장한 것이 힙합이다. 하지만 청년층의 감성 장악을 두고 두 문화 조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했다.

힙합이 젊은이들의 반항적인 정서를 대변한 반면에 ‘스타워즈’는 보수적 성향을 띠었다. 노골적인 권선징악과 영웅 서사시의 틀을 답습한 ‘스타워즈’의 등장은 지미 카터 행정부의 퇴진과 레이건 행정부의 출현을 예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할리우드 출신 대통령 레이건이 구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전략방위계획(SDI)의 별칭을 ‘스타워즈’라고 붙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타워즈’가 드러낸 문제점은 폭력성이다. 단지 멋지다는 이유만으로, 루커스는 나치 프로파간다 다큐멘터리 ‘의지의 승리’ 가운데 한 장면을 ‘새로운 희망’ 끝부분에 사용했다. 가장 자극적인 장면과 함께 ‘선정성·폭력성 유전자’를 가져온 것이다. “‘스타워즈’의 흥행대박은 ‘폭력을 미화한 판타지’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특히 “동심을 겨냥한 판타지라는 점에서 그 잠재적 위험성은 더욱 크다”는 비난을 받았다.

비평가 레지널드 데니스는 “서부극의 인디오와는 달리 영화 속에서 아무리 죽여도 비판받지 않는 이상적인 악역 우주인을 찾아냈다”고 지적했다. “‘스타워즈’의 우주에서는 한순간 수억명의 사람들이 죽어간다. 대량학살은 물론이고 행성 전체가 날아가는 장면까지 나온다. 그러나 놀랍게도 피는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전쟁 장면을 즐긴다. 꼬마들은 ‘스타워즈’의 레이저총과 광선검을 갖길 원한다. 그것이 ‘살상용 무기’임을 자각하지 못한 채···.”

이에 맞서, 그것이 오히려 대중의 폭력에 대한 욕구를 해갈시킴으로써 ‘정서 순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스타워즈’라는 동화를 통해 현대인들이 억눌린 감정과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배출했으며, 보다 활기찬 일상을 영위한다는 것이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신화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수행했는지, 도덕성에 하자나 결핍은 없었는지는 8편에 이어 최종편이 마무리되는 때 다시 평가할 수 있을 듯싶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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