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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비트코인 광풍을 잠재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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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2 20:54:45 수정 : 2017-12-12 23: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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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21%까지 원화 차지… 익명성 원인 / 거래소 기준 강화하고 거래규정 정비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광풍이 심상치 않다. 고등학생은 물론 가정주부까지 투기에 가세하면서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1%까지 우리 원화로 거래되고 있으며, 가격도 국제가격보다 20% 이상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을 안정시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비트코인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인터넷과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원래 화폐제도는 자유은행제도였다. 은행마다 경쟁체제 속에서 각자 화폐를 발행했다. 그러나 점차 경쟁력이 있고, 국민의 신뢰를 많이 받는 은행이 화폐 발행을 독점하면서 현재의 중앙은행 제도가 탄생하게 됐다. 최근 들면서 화폐 발행 환경은 크게 변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국가 간 자본이동이 자유화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결제 체제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된 금융환경에 기존의 법정화폐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지나친 광풍을 타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성에 따른 투기심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비트코인의 익명성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비트코인은 기존 통화와 달리 익명으로 거래되도록 설계돼 있다. 기존의 법정통화는 거래나 결제 시에 당사자의 실명이 나타난다. 반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의 경우는 거래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면서 불법적인 거래에 사용될 수 있고, 국가 간의 불법적인 자본이동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이동을 규제하는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북핵 문제와 사회적 갈등 때문에 불법적인 자본유출의 잠재수요는 크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비트코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통화가치가 불안정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2009년 비트코인이 만들어 질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던 시기였다. 중앙은행의 통화 증발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반발로 발행량이 한정된 비트코인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통화가치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 통화가치는 2% 이내에서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통화가치는 크게 떨어져 있고, 앞으로도 더욱 하락할 것이 전망된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은 높게는 평당 1억원에 근접하고 있으며, 아파트의 분양가도 임금 인상 등으로 원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 예상된다. 통화가치 하락에 대응해 대체통화로서 비트코인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비트코인이 비록 미래의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유망하다고 해도 해킹 등으로 거래체제가 불안정한 초기 상태에서 지금과 같이 청소년과 국민이 투기 광풍에 휩싸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트코인 투기버블이 붕괴될 수 있으며, 비생산적인 투기에 국민이 몰입했을 때 부작용이 클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투기 열풍을 차단하기 위해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거래금액이나 거래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수요가 감소하면서 비트코인의 가격도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4차 산업 시대를 열어가는 신화폐의 등장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에 대한 규제보다는 거래소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거래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대한 제도를 정비할 경우 비트코인의 가장 큰 문제인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불법적인 자금세탁과 익명거래도 줄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중앙은행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돈의 가치를 안정시키도록 통화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올바르게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트코인 광풍은 중앙은행권을 독점 발행하고 불법적인 자본이동을 관리하는 통화당국과 외환당국이 새로운 금융환경을 맞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통화당국은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가 지금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지게 될 때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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