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뉴스+] 외모·스펙 서열화…연애 카스트 조장하는 '소셜데이팅 앱'

입력 : 2017-12-06 19:26:11 수정 : 2017-12-07 07:23: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N포세대 또 울리는 씁쓸한 세태
직장인 김모(32)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 싫어 최근 소셜 데이팅 어플을 다운받았다. 모바일로 연애 상대를 구한다는 게 썩 내키진 않았지만, 이미 몇 차례 지인들이 주선해준 소개팅도 잘 안된 터라 또 부탁하기 민망해 호기심 반, 절실함 반으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추천수가 많은 ‘스카이피플’이라는 어플을 선택한 김씨는 회원가입 과정에서 기분이 나빠졌다. 김씨는 “서울대나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대학 출신이거나 의학전문대학원, 로스쿨, 공기업, 대기업 등 소위 말하는 ‘스펙 쩌는’ 사람들만 받더라. 가입 절차도 대학교나 기업 메일 계정으로 인증하는 방식이라 스펙을 허위로 기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었다”면서 “불만이 있다면 남자들에게는 고스펙을 요구하면서 여자들은 그런 조건이 없었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남녀 차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일 극심해져가는 취업난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N포 세대’. 그들에겐 연애도 마냥 귀찮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면 바로 연애다. 그런 그들에게 손가락 터치 하나만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소셜 데이팅 어플이 큰 인기를 끈 지도 꽤 오래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소셜 데이팅 서비스 시장 규모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만 약 200여개 이상의 소개팅 앱이 존재하며, 지난해 국내 전체 앱 소셜 매출에서 비게임 분야 5,6,8위를 소셜 데이팅 앱이 차지할 정도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

스마트폰이 대량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위치 정보를 중심으로 이용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성을 추천해주는 위치 기반 서비스가 인기였다면면, 최근에는 ‘맞춤형’ 소셜 데이팅 어플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외모나 스펙 등의 갖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고스펙’의 회원을 다수 확보하고, 등록 정보를 세분화해 조건에 맞는 대상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맞춤형 소셜 데이팅 어플은 외모나 스펙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연애의 계급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라는 어플은 얼굴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가입자가 본인의 사진 3장을 올리면 기존에 가입한 이성 회원들이 외모 점수를 매긴다.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3점을 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이 어플에 가입해 사진을 올려 평점이 가장 낮은 사람이 술을 사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술자리 당시엔 웃고 넘겼지만, 외모가 가입조건이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에 씁쓸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만이 가입 가능한 소셜 데이팅 앱도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1)씨는 “연봉 많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만난다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랑 뭐가 다른가. 한국판 계급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서로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하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의 태생적 한계상 외모나 스펙 등이라도 알고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발표한 소셜데이팅 이용자 5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38.5%가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입절차가 까다롭고, 충족 조건 인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카이피플’ 앱의 사용자인 조모(28)씨는 “오프라인 소개팅에서도 사진이나 스펙 등을 주선자를 통해 이미 교환하고 만나지 않나. 소셜 데이팅으로도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데, 서로의 조건을 미리 알고 만나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스펙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