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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그 어느 나라보다 남의 성공 배 아파하는 한국인들?

입력 : 2017-12-07 17:00:00 수정 : 2017-12-06 08: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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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우리나라 부패지수는 주요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며 "대입에서 수시 늘리고 정시 줄이면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B씨는 "최근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 많이 한다. 이는 학벌은 애매하지만 연줄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일 뿐 서민들을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C씨는 "7, 9급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개천에서 용 나는 제도"라며 "사법고시 등 각종 고시가 사라지고 있는데 만약 이런 일반공무원 시험마저 없어지면 정말 암울할 것"이라고 전했다.

D씨는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별반 소득은 늘지 않고, 설령 취업해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E씨는 "이제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개천에서 용을 키워낸답시고 과도한 출혈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북유럽처럼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개천을 일궈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회, 경제적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요즘 이른바 '금수저'가 득세하고, '개천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이 실제 연구결과로 입증됐다.

최근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오성재씨와 같은 학부 주병기 교수는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개인의 소득이 노력뿐 아니라 선택과 관련 없이 주어지는 부모의 재력·학력 등 사회경제적 환경, 선천적 재능, 우연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바라봤다.

이 논문은 한국노동패널 1차(1998년)에서 18차(2015년) 자료를 토대로 1998년, 2003년, 2008년, 2014년 가구주 연령 30∼50대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환경변수로는 가구주 부친의 교육수준과 직업을 선택했다. 직업은 고숙련자(고위임직원·관리자·전문가 등), 중숙련자(사무·서비스·판매업 단순노무 종사자), 저숙련자(농림어업 종사자)로 범주를 나눴다. 논문은 이 자료를 조건부 누적분포함수 확률지배관계 성립 여부를 검증, 기회불평등을 비교 분석했다.

◆父 직업·학력에 따른 기회불평등

그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과 학력 모두에서 기회불평등이 존재했다.

모든 조사 기간에서 고숙련 집단과 저숙련 집단 간 기회불평등이 나타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숙련 집단과 고숙련 집단의 불평등은 관측되지 않은 해가 2008년 등 여러 해 나타났다. 기회불평등은 주로 부모의 직업이 저숙련일 때 집중됐다는 의미다.

직업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학력이 저학력(중졸이하)일 때 기회불평등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력(고교 재학·졸업)과 고학력(대학교 입학 졸업 이상) 간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논문은 자체 개발한 개천용불평등지수도 분석했다. 이 지수가 '0'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가운데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1'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가운데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기회불평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이 지수는 조사 기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했다.

다시 말해, 최저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10명 중 2001년에는 1∼2명이 기회불평등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4명 가까이 성공하지 못했던 셈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그만큼 수저(주어진 환경)가 그만큼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 통한 신분상승 희망 사라진 대한민국

논문은 환경과 평균소득, 지니계수 등의 관계를 지수화한 지니기회불평등지수도 도출해 다른 국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은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존재하지 않거나, 뚜렷하지 않은 나라들보다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뚜렷한 나라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지니기회불평등지수 값은 미국과 이탈리아보다는 낮고, 독일·스웨덴·노르웨이보다는 매우 높으며, 영국·프랑스·벨기에보다는 약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공교육 중심의 평준화된 교육체계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소득불평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세대 간 계층 상승 기회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면서도 "높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기회평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악화했고, 자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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