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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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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4 21:31:09 수정 : 2017-12-04 23: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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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ㅊㅊㅊㅊ!”

오타가 아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채팅창에 하루에 수십번씩 올라오는 문구다. 축하한다는 말의 첫 자음인 ‘ㅊ’을 따서 반복한 것으로, 다른 이용자가 상급 아이템을 얻었거나 아이템 강화에 성공했을 때 이 문구가 채팅창에 도배된다. 어떻게 알고 다들 축하를 해줄까. 친절하게도 리니지M이 서버 내 모든 이용자에게 공지 형태로 안내한다. 카지노 슬롯머신에서 잭팟이 터지면 장내가 떠나갈 듯 효과음이 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안타깝게도 아직 축하는 받아본 적이 없다.

‘ㅊㅊ’ 행진 뒤에는 어김없이 ‘누가 더 불행한가’ 대결이 펼쳐진다. “1000만원 넘게 써도 저 아이템 안 나오던데”, “전 2000만원 질렀습니다” 등등. 가장 많은 돈을 날린 ‘불행 1인자’가 가려지면 이제 ‘징징글’을 쓰러 갈 차례다. 이용자들이 해당 게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도 제발 아이템 얻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소원 댓글을 다는 것이다. 딱 한 번 써봤다. 이후 이용자들은 다시 ‘한방’을 노리며 스마트폰 화면에 빠져든다.

게임 이용자들이 수천만원씩 쓰는 배경에는 게임회사가 ‘확률형 아이템’으로 지나친 과금을 유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종의 ‘뽑기’ 개념이다. 게임마다 방식 차이는 있지만 이용자들이 일정 금액을 내고 아이템이 무작위로 들어있는 ‘랜덤 박스’를 구매하면 얻을 수 있다는 본질은 같다. 당연히 박스를 많이 살수록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다. 슬롯머신에 중독되는 원리와 다를 게 없다.

이동수 체육부 기자
리니지M은 사행성 논란으로 올해 국정감사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리니지M 확률형 아이템 중 최고 등급인 ‘커츠의 검’을 획득할 확률은 0.0001%로 잭팟 확률인 0.0003%보다도 낮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한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예고된 ‘바다 이야기’였다”며 공감했다. 국감에서는 랜덤 박스를 사기 위해 카드빚을 졌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국가 차원에서 도박을 규제하듯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친 지 오래다.

이에 게임사들은 이미 지난 7월 랜덤박스에서 나오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습득률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자율규제 강령을 제정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 심각한 점은 모바일게임의 경우 PC 온라인게임과는 달리 정해진 과금 한도가 없다. 결제 총액을 법적으로 제한하려고 해도 사실상 쉽지 않다. 게임 내 아이템 유료 판매가 게임회사가 아닌 모바일게임시장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 등 외국계 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게임계와 이용자의 자제력만 믿고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인형 뽑기 내 제품의 가격이 5000원을 넘으면 불법으로 규정한다.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다. 잭팟보다 낮은 확률로 뽑는다는 ‘커츠의 검’은 이의 1000배인 최소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아이템 강화까지 더해지면 수천만원을 호가하게 된다.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에 대한 정의부터 차근차근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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