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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기름 유출' 10년] 123만명의 손으로 되살린 청정바다… 기적을 말하다

입력 : 2017-12-04 19:25:04 수정 : 2017-12-04 21: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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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형유조선·해상 크레인 충돌 / 1만2547㎘ 기름 순식간에 해안 뒤덮어… 전문가들 “회복 수십년 걸릴 것” 전망 / 사고 7년 만에 잔존 유징 100% 사라져 / 꽃게·대하 등 어획량도 예년 수준 회복… 피해주민 배·보상 소송도 99.8% 마무리 2007년 12월7일 오전 7시6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홍콩 국적 대형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 오일탱크에 구멍이 생기면서 기름 1만2547㎘가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 앞바다를 덮쳤다.생명의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한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였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앞바다에서 대형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기름 1만2547㎘가 태안 앞바다로 유출됐다. 사고 당시 만리포해수욕장(사진 위)과 복구 후 만리포해수욕장 모습.
충남도 제공
◆아픔 극복하고 희망의 성지된 태안

검은 바다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절망과 분노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기름 범벅이 된 바다를 방치할 수 없다는 간절한 마음은 그들의 발길을 태안으로 이끌었다. 전국 각지에서 태안으로 달려온 국민은 추운 날씨에도 기름을 퍼내고 갯바위를 닦았다. 매주 주말과 휴일이면 일상을 내려놓고 태안에서 검은 기름과 사투를 벌이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나 열린 국제포럼에서 세계 각국의 환경 전문가들은 태안 사고해역에서 장기적인 생태·환경 파괴가 일어날 것을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수십년이 걸려도 사고 이전으로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태안 앞바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빠른 속도로 본래의 물색을 되찾았다.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2009년 말부터 생태계 복원의 청신호가 나타났다. 바지락 폐사율이 4.7%로 2008년 24.6%에 비해 급감했다. 태안 연안의 해수 유분 농도는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16년 6월에는 멸종 위기종인 상괭이 100여마리가 태안 앞바다에서 무리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머리를 아프게 할 정도의 기름 악취도 사라졌다. 세계 환경 전문가들도 “사고 이후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안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정신을 상징하는 희망의 성지로 거듭났다. 상처를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한 만리포해수욕장에는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이 땀과 눈물로 일궈낸 희망의 서사시를 기록한 유류 피해극복기념관이 세워졌다.
◆아름다움 되찾은 태안해안국립공원

2016년 1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태안해안국립공원 보호지역 등급을 ‘카테고리Ⅴ’(경관보호지역)에서 ‘카테고리Ⅱ’(국립공원)로 상향 인증했다. IUCN은 세계의 보호지역을 Ⅰ에서 Ⅵ까지 6개 유형으로 분류한다. 경관보호지역에서 국립공원 등급으로 2등급 상향한 것은 이 지역이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고 관리·보전 상태도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해양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유류오염센터가 진행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유출 사고에 따른 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 결과 2008년 태안지역 전체 해안의 69.2%에 달했던 잔존 유징이 2014년 기준 0%로 바뀌었다. 잔존 유징은 유류 사고로 인한 기름이 해변이나 표면 아래로 스며든 정도를 말한다. 7년 만에 유징이 100%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동물성 플랑크톤 출현 종수는 사고 발생 직후보다 37% 증가했다. 생태계 오염으로 갑자기 출현했던 종들이 점차 사라지고, 기존 서식해오던 종이 안정화했다는 의미다. 바다의 건강 회복은 수산물 어획량에서 확인된다. 태안의 대표 수산물인 바지락에서부터 꽃게, 대하, 우럭 등의 어획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태안 어촌계의 가장 안정적이고 큰 수확원인 바지락 역시 기름유출 이전의 수확량을 기록했다.

◆주민 피해 보상은

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법원에 신고된 개별채권 12만7184건(총 신고액 4조2274억원) 중 소송은 12만6897건(99.8%)이 종결됐고, 287건(0.2%)은 재판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판결한 배·보상 금액을 피해주민 대다수가 수용하는 분위기이지만 대부금 상환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재판이 기각돼 보상받지 못한 주민들은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해수부는 보상받은 자와 전혀 보상받지 못한 자에 대한 세부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해수부는 대부금 상환 탕감 등은 형평성을 고려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지역은 충남도와 전남·북 11개 시군이다. 피해민 단체는 충남 연합회와 서해안 연합회로 나뉘어 있다. 기름유출 해상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은 피해민 측에 3600억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현재까지 사회공헌활동비로 500억원을 내놨다. 200억원의 지역공헌사업비가 집행 중이며 나머지 2900억원의 삼성중공업 출연금은 수협중앙회에 예치돼 있다. 피해민 단체를 대상으로 한 예치금 배분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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