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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성의 씨네 IN&OUT] ‘거대 자본의 힘’ 넷플릭스, 재패니메이션을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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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2 13:56:10 수정 : 2017-12-02 13: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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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애니 비즈니스 모델 변화 가능성 / 日 제작위원회 만들어 사업 진행 / 결정 느리고 독창적 시도 어려워 / 자국용 tv 시리즈 매몰 성장 한계 / 넷플릭스, 자체 콘텐츠 생산 나서 / 200개 나라 걸친 배급망도 강점 / 글로벌 콘텐츠 산업 판도 바꿔가
지난 7년 동안 꾸준히 수익을 내 온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지난해에도 정점에 올랐다. 총 52개 스튜디오를 회원사로 보유한 ‘일본애니메이션협회(AJ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업계 매출액이 약 10% 성장해 177억달러(2조1000억엔·19조2000억원)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엔을 넘어섰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너의 이름은’(사진)의 흥행대박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이 일본 박스오피스 점유율을 14%나 차지했고, 5억8500만달러(663억엔)의 총수익을 거뒀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도 67억9000만달러(7억6800만엔)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에도 애니메이터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한다. ‘백일홍: 미스 호쿠사이’의 하라 게이이치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세계적 성공 사례가 오히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사실 극장용 장편을 제작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는 손에 꼽힐 정도이고, 대부분의 프로덕션들이 인력 부족과 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태프들의 임금이 턱없이 낮아, 재능 있는 인재들이 돈을 많이 주는 게임 산업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의 투자 방식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가 최근 ‘넷플릭스는 어떻게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붕괴 또는 성장시킬까?’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실었다. 2017년 80억달러(8조6800억원)를 투자한 넷플릭스가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은 극장용 장편이지만 재패니메이션 산업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일본 자국용 TV시리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자국용 TV애니메이션 시리즈들은 극장판 수입의 10배에 달하는 연간 50억달러를 벌어들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TV시리즈가 방영을 마친 뒤 사장되어버리고, TV 방송사들의 지나치게 낮은 예산 책정이 문제점을 낳는다면서 “넷플릭스가 일본 방송사보다 훨씬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비밀”이라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러 제작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 제작위원회’를 만들고, 수익과 손실을 배분하며 프로덕션을 진행하는 관행이 있다. 한 회사가 제작 부담을 홀로 짊어지지 않는 이 같은 방식은 국내에서도 영화 ‘이층의 악당’ ‘나의 PS 파트너’ ‘대결’ ‘반두비’ 등이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제작위원회 방식은 참여한 모든 업체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탓에 의사 결정이 느리고 독창적인 시도가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을 드러낸다. 반면 넷플릭스의 방식은 훨씬 짧은 제작기간과 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가능케 한다.

도쿄 TMS엔터테인먼트는 넷플릭스와의 계약을 통해 배급 방식조차 바꾸었다. 격투기 만화 ‘바키’를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드는 TMS는 2018년 여름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먼저 26편을 주 1회씩 내보낸 다음, 일본 현지 TV를 통해 방영하고, 2018년 말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MS의 관계자는 “20여 개의 외국어 자막과 더빙 버전을 제작해 동시에 200여 나라에 배급하는 넷플릭스는,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지 플랫폼으로 머물기를 거부한 넷플릭스가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진행하는 넷플릭스의 전략이 거대 기업의 막대한 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현지 제작사들에 탈출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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