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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의 수요돋보기] '하느냐 마느냐'…김장, 그것이 문제로다

입력 : 2017-11-29 08:00:00 수정 : 2017-11-28 12: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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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월동 준비로 여겨온 김장을 놓고 ‘하느냐, 마느냐’는 글들이 매년 이맘때쯤 쏟아져나오고 있다.

공동체 정신을 나누고 세대 전승이라는 의미가 담겼지만 굳이 할 이유가 있냐는 게시물이 김장철이 되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넘친다.

경기도 수원의 주부 A(38)씨는 지난주 김장하러 시댁에 다녀왔다.

작년보다 양이 줄어 30포기 정도 담갔다던 A씨는 다음날 몸살이 났다고 했다. 단지 김장에 그치지 않고 시댁 일까지 돌보느라 몸살이 난 것 같다면서 언제부터인가 매년 김장을 위해 시댁 다녀오는 게 자기에게 적잖은 스트레스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인천의 주부 B(45)씨는 양을 대폭 줄여 올해는 10포기만 담그기로 했다. 많이 담가도 식구들이 잘 먹지 않아 봄철 찌갯거리로 전락하는 탓에 굳이 많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B씨는 “주위에서도 양을 줄이는 분위기”라며 “예전에는 직접 배추까지 절여 김장했지만, 절임배추를 사거나 아예 마트에서 김치를 사 먹는 쪽으로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에 더욱 좋고, 청염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문구가 있다.

삼하는 여름 3개월, 구동지는 겨울 3개월을 뜻한다. 청염에 절인다는 건 동치미 만듦을 일컫는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김장 풍습이 이때부터 시작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겨울철에도 여러 채소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조상들에게 ‘겨울철 나기’ 준비로 여겨진 김장 의미가 흐려지는 건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모두가 같은 생각은 아니다. 김장하며 가족 간 정도 나누고, 장독대나 김치냉장고에 가득 채운 김장을 보면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진다는 주부들도 여전히 많다.

 

세계일보 DB.


매년 아내를 도와 김장한다는 C(45)씨는 “예전부터 했기 때문에 담그지 않으면 허전하다”며 “함께 김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재미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김장 후, 삶은 수육과 같이 먹는 재미도 무시 못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C씨처럼 작년에도 했으니 올해도 하고, 이전 세대도 했으니 다음 세대도 한다는 생각을 가리켜 전문가들은 ‘관습성’이라고 한다. 김장을 우리나라의 관습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3년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을 인류무형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에 등재했다.

무형유산위는 회의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이 한국인들의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켰다”며 “김장 등재는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간의 대화 촉진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문화재청 대표단으로 파견된 박희웅 국제교류과장은 “우리가 신청한 이름은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였다”며 “의장단 회의에서 한국의 김장문화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영문 명칭에 ‘in the Republic of Korea’라는 말을 붙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명 ‘김장 설전’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김장의 의미와 사회적 현상을 잘 융합시키는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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