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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7학번은 '가성비 학번'…수능 친 18학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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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4 07:57:12 수정 : 2017-11-24 07: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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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환란 당시 중랑구청에서 열린 초등학생 전과 교환장터 행사장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7 환란 이후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문화적 DNA는 어떻게 진화해왔을까. IMF이후 막 대학에 입학한 98학번들은 그무렵이 대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취업과 연계 짓기 시작한 최초의 시기였다며 동아리 가입의 이유 자체가 변했다고 꼬집었다. 그 무렵 찜질방을 비롯한 각종 ‘방문화’까지 급부상하면서 과방에서 다양한 학번이 한데 어울리는 문화는 쇠퇴를, 마음 맞는 일부가 옹기종기 작은 방에서 모여 즐기는 끼리끼리 문화가 조금씩 외연을 넓혀나갔다는 것이 IMF학번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IMF직전에 입학한 96학번부터 이제 새내기 시절을 반납하고 18학번의 선배가 되어야 할 17학번까지, 대학문화가 어떻게 조금씩 바뀌어갔는지 10여 명의 인터뷰이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김상윤(96학번·문화기획자 )

“그때부터 사교육의 양극화가 심각해졌을 것이다. 부모님의 경제력이 아이들의 학력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서 고액과외를 하던 친구들이 우르르 잘려나갔다. 살아남은, 여전히 돈 많은 부모들은 예전처럼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받게 했지만 사교육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되어 버린 아이들 역시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실 기업은 구조조정하며 연착륙을 했는데 사람들이 경착륙을 못했던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참 웃겼던 게 한 쪽에서는 자살하고 힘들어했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오히려 고급문화 소비를 늘렸다. 돈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의 차이가 너무 극명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래부터 재벌이었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안병천(96학번·공동체 라디오 프램 대표)

“대학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 문화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동아리 들어오면 무조건 3년은 꽉 채우고 나가는 분위기였는데 2년 정도로 끝내고 취업 준비하러 나가는 애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시기가 당겨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회문화도 사그라졌다.”

“사실 그때부터 대학도 구조조정을 신경 써야 하는 압박이 공공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학계 재편제도가 대기업 요구들을 반영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학부제도가 99년도부터 태동했다. 대학 문화에는 산업화 물결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대학문화가 예전처럼 공고하지 못했던 것에는 IT 발전도 한몫했다. 사람들의 교류 폭이 보다 넓어지고 굳이 오프라인 인간관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운동권 문화들이 확실하게 99, 2000년도 시기에서 확연히 죽어버렸다.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2000년도 내외부터 들여왔었던 것 같다.

@노하민(97학번·변호사·가명)

“내가 대학을 들어왔을 때, 일부 운동권 선배들이 책자를 주면서 일방적으로 ‘교화’를 하려는 노력들을 했던 것 같다. 기존 학번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오히려 나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오히려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너무 커서 정치랑 전혀 상관없는 밴드에서 보컬 활동을 했었다. 연애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컸다. 어찌됐든 사회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목소리를 내보겠다는 노력을 일부러 안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동아리 활동을 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곧바로 사법고시를 준비했고 운 좋게 빠른 시간 내에 합격했다. 당시 지나치게 예민했고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룸메이트는 자살을 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지금과 가장 다른 한 가지는 그때는 실제로 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등 경제적으로 힘든 아이들이 많았다 해도 네트워크에서 소외될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시켜먹는 것도 다 같이 시켜먹고, 돈 없으면 어울려 사주기도 하는 게 예사였다. 다양한 생협 식당과 카페도 있고, 무엇보다 학교는 소비력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었다.”

도서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헌희(98학번·연구원)

“기존의 사범대와 교대의 위상이 명백하게 달라졌다. 즉, 이전보다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에 대한 인기도가 높아졌으며, 학과를 초월해 공무원 시험에 많은 학생들이 도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공부계획을 짜서 학업에 매진하는 친구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여가활동이라는 것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었다. 아무생각 없이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과 취업에 더욱 집중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때 방문화가 꽃을 피워서 노래방, 게임방, 만화방에서 여가를 즐기고 찜질방에서 소규모 모임을 즐기고 펌프 등을 즐기는 문화가 있었다.”

@박민정(04학번·대기업 사원)

“스스로를 마지막 욕망의 학번이라 표현하고 싶다. 우리땐 여전히 사시, 외시, 행시 등 주요 고시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 많은 친구들이 일반기업에 평범하게 취직하는 것보다 그런 고시들에 빨리 합격해서 스스로를 한 단계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는 욕망을 간직하고 지방에서 올라왔던 것 같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긴 했지만 과격한 표현 방법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었다. 토론을 하기보다, 강요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게 사실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09학번 윤호성(28) (현재 프리랜서 동영상 0.8배속 콘텐츠 제작자 / 국민대 공대 졸업)

“우리 학번의 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좋아요 문화’다. 다른 말로 ‘보여주기’ 문화다.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것 같지만 혼자 놀고 있는 그 모습조차도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인스타그램 등에 꼭 올리는 게 아이러니하다. 혼자서 우는 모습 조차 포장 후 전시해서 나른다. ‘좋아요’를 갈구하는 것이다. 연대할 수 있는 무언가 주제가 있으면 그렇기 때문에 연대할 수 있는 연장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도 판단한다.” 

“사실 요즘엔 공통의 사회관심사, 목표를 갖기는 힘든 것 같다. 연대 역시도 SNS를 통해서 그때그때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사실 요즘엔 한 개인이 갑자기 기업에만 들어가면 부품처럼 활용되다 버려지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 사람들이 누구나 다 똑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비난부터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본다. 다들 직장인 사춘기 이야기 하는데, 사실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진로 적성, 관심사에 대해서 대학교에서까지 고민하지 않은채 무작정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퇴행성 고민을 두고 ‘직장인 사춘기’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17학번 정재욱(20) (인하대학교 중국학과 1학년 재학중)

“사실 가장 큰 고민은 딱히 향후에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점이다. 전과 고민도 심각하다. 과 친구의 3분의1이 보다 취업이 잘되는 학과로의 전과를 고민하고 있다. 요즘 주변을 보면 예전처럼 막연하게 신분상승을 꿈꾸는 친구들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인기 있는 진로는 그냥 ‘평범한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다. 공무원 준비조차 리스크로 여겨진다. 명문대 나와도 9급 공무원 시험 준비 한다는 이야기가 왕왕 나오지 않는가. 삶에서 별다른 야망은 없다. 수직상승 같은 것도 꿈꾸지 않는다. 그저 무난하게 일반 가정처럼만 살았으면 좋겠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편이지만 지속적이진 않다. 사회적인 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왠지 취업에 불똥이 튈까봐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노민균 (20. 홍익대학교 기계공학부)

“우리는 들어올 때부터 혼놀족이 되면 어떡하지 이런 두려움이 있었고, 박근혜 파장으로 약간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돈은 없고, 시간은 없고, 청년 실업률은 심하고 인생에서도 ‘가성비’를 찾는 것 같다. 아무 이유없이, 그저 즐기기 위해서나 재미있기 위해서 돈을 쓰고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고 사회적인 일에 내가 손해보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친구는 없다. 소심해졌다면 소심해졌을 수도 있다.”

@박하영 (20.여.이화여자대학 공과대학 소속)

“우리 세대는 SNS 세대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이화이언) 에브리타임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과도 연락을 자연스레 주고받는다. 아싸(아웃사이더) 게시판도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도 거기서 만나, 같이 밥 먹으러 갈 것도 제안한다. 그런 것 보면 다들 대학생활을 혼자이면서도 즐겁게 하는 것 같다. 사실 돈도 절약된다. 일전에 이화이언(학교 커뮤니티) 에서 배송비 아끼려고 축구표를 4장 이상 만나서 공동 구매한 적도 있었다. 만남의 폭은 확실히 넓어졌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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