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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독립투사·민주화 영웅이… 독재자 전락한 지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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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3 14:13:09 수정 : 2017-11-23 14: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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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통치 해방시킨 무가베, 37년 독재 끝에 군부에 밀려 사임 / 미얀마 민주화 상징 수치, 로힝야 학살 방관… 국제사회 비난 목소리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전 대통령이 사임하기 이틀 전 혼란이 있었다. 그가 물러날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 대국민 TV연설에서 사임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사임을 거부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날 초판 마감 직전 미 CNN방송이 “면책을 조건으로 사임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분주해졌다. 그런데 다른 외신에서는 이 소식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 이 사안이 조금씩 다르게 보도된 배경이다.

사진=AP·연합뉴스
그의 사임은 탄핵 절차가 시작된 직후인 21일 오후 5시50분(현지시간)쯤 의회에서 공식 발표됐다. 대국민 TV연설 후 이틀간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와 물밑협상에 나섰고, 어떤 이유에선지 손을 든 것으로 추정된다. 부정하게 쌓은 재산을 모두 보전키로했는지, 그간의 죄값까지 면제받았는지는 차차 확인될 일이다.

사진=AFP·연합뉴스
93세인 무가베는 내년 대선을 통해 100세까지 짐바브웨를 통치하려 했다. 선출직으로는 세계 최고령 독재자였던 무가베는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 짐바브웨를 해방시킨 독립투사 출신이다. 1980년 아프리카 50번째 독립국의 첫 총리가 되기 전까지 7년간 해외를 떠돌며 흑인민족주의 게릴라 활동을 했다. 그해와 이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언급됐다. 

국제사회에 비친 무가베의 공적은 거기까지다. 1983년 3월, 영국 BBC방송은 북한에서 훈련받은 짐바브웨 육군이 야당 지도자인 조슈아 은코모의 동조자 1000여명을 학살했다고 보도했다. 게릴라 활동 동지인 은코모도 축출됐다. 정적 숙청은 계속됐다. 무가베 독재의 희생자는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 6일 숙청됐다가 이번 정변 후 정권을 잡은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도 무가베와 게릴라 활동을 함께했다. 30여년 전 무가베의 정적 숙청을 주도했다. 조용히 주변을 살피다가 어느날 갑자기 적을 처단하는 그에게는 ‘악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두 사람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 관계에 가깝다’는 외신 평도 보인다. 짐바브웨의 미래는 여전히 어둡다는 지적이다.

사진=AP·연합뉴스
짐바브웨 정변 직전인 지난달 말, 미 뉴욕타임스(NYT)는 로힝야 학살 사태를 방관하는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 대한 기사에서 무가베를 언급했다. 무가베처럼 한때 인민 해방의 선구자로 불리다가 최악의 독재자가 된 사례는 많다고 전했다.

수치도 민주화 상징으로 추앙받으며 2015년 불교 국가 미얀마의 지도자가 됐다. 이젠 군부가 소수민족을 살해, 성폭행, 고문하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을 저질렀음에도 모른 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무가베에 대한 평가가 독재자로 바뀐 건 겨우 2∼3년만이다. 물론 그가 선택한 길이지만 서방의 섣부른 재단이 배경일 수 있다는 지적이 흥미롭다. 미 콜게이트대학 정치학과의 다니엘 럽튼 조교수는 “다른 나라 지도자를 신격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영웅 이미지가 굳어지면 우려를 낳을 사건이나 정황을 지나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2013년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불교도들도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적 있다”고 한 퉁명스러운 인터뷰 발언이 수치의 진면목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로힝야 사태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 가능성를 시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힝야 난민을 만날 예정이다. 몇년 뒤 수치에겐 어떤 수식어가 달릴지 궁금해진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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