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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스며드는 전통스포츠] 족구에 푹 빠져 사니 일상의 스트레스 ‘훌훌’

입력 : 2017-11-22 19:41:19 수정 : 2017-11-23 1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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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국대회 우승한 아줌마족구단 ‘마포길족회’ 지난 17일 서울은 때 이른 추위가 닥치며 첫눈 소식을 전했다. 이날은 생활체육 여성부 족구팀 ‘마포길족회’의 정기 훈련이 마포구 망원동 유수지체육공원에서 예정돼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떨리는 상황에서 공을 찰 수 있을까. 하지만 훈련 시작 30분 전 서문식(46) 마포길족회 감독은 “문제없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경기를 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생활체육 여성부 족구팀 마포길족회 감독과 선수들이 17일 서울 망원동 유수지체육공원에서 훈련에 앞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문식 감독, 서은경, 차인숙, 김경희, 조경희, 이혜정씨.
이재문 기자

족구는 국민생활체육 대한민국족구협회와 각 지역 연합회에 등록된 동호인 수가 도합 20만명에 달하는 인기 스포츠다. 여기에 일반인과 군복무 중인 남성들까지 포함하면 족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약 30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올 2월 한국스포츠개발원이 발표한 ‘2016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족구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한국의 만 10세 이상 국민 중 생활체육활동 비참여자들은 향후 시간적 여유가 될 경우 참여하고 싶은 운동으로 족구를 1위(0.3%)로 꼽았다.

활성화가 잘 된 생활체육인 만큼 날고 기는 ‘고수’들이 즐비한 족구계를 선수 6명의 평균나이가 45.1세인 ‘무서운 주부들’이 평정했다. 마포길족회의 맏언니이자 든든한 수비수 서은경(48)씨를 비롯해 여성부 최강의 공격수로 꼽히는 조경희(46), 이혜정(46)씨, 띄움수(세터)와 백업 자원을 겸하며 전천후 활약을 펼치는 차인숙(47), 김경희(45), 왕메이(40·중국)씨가 주인공이다. 마포길족회는 2002년 서울특별시연합회장기 생활체육 족구대회에서 우승한 뒤 올해까지 이 대회 전 회 우승을 거뒀다. 지난 5일에는 제22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시·도 대항 생활체육 전국족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전국구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주말마다 족구에 미쳐 사는 남편들을 따라서 시작했다. 조경희씨의 배우자 박덕규(53)씨 역시 생활체육 족구계의 알아주는 공격수다. 아직 걸음조차 떼지 못한 아이들을 들쳐 업고 족구 경기를 응원하다보니 저절로 흥미가 붙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길게는 경력 17년의 베테랑이 되면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서 ‘수중전’을 즐기는 경지까지 올랐다. 조씨는 “본업은 다들 전업주부다. 그러나 아이들이 우리 엄마가 족구선수라고 늘 얘기하며 자랑스러워한다”며 웃었다.

족구에 대한 열정도 프로 선수 못지않다. 이날 서은경씨는 지난 대회서 입은 발목 부상이 다 낫지 않았지만 발목에 붕대를 감고서 훈련에 나섰다. 서씨는 “집에만 있는 여자들이 스트레스 풀 데가 어디 있나. 족구가 고된 일상에서 치유의 역할을 해준다. 팀워크도 웬만한 남자팀보다 우리가 더 낫다”고 말했다. 입담이 좋은 서씨는 2015년 모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 축구 국가대표 안정환에게 ‘이마 키스’를 하며 남다른 끼를 뽐냈다. 당시 마포길족회와 대결을 펼친 안정환이 “이분들 장난 아니다”라며 감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네트와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족구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식 경기는 한 팀에 수비수 2명과 공격수 1명, 세터 1명이 원칙이지만 실제 생활체육에선 2~3명 단위로도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한 손을 제외한 신체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10분만 뛰어도 온몸이 땀으로 젖을 만큼 운동 효과가 높다.

서 감독은 “족구는 막상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운동이다. 신체 단련에 도움이 돼 아파서 병원 갈 일도 없다. 특히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이다”고 소개했다. ‘다이어트’ 이야기에 선수들이 서로의 배를 쳐다보며 까르르 웃자 서 감독은 “운동 끝나고 맥주 좀 그만 마시라”며 핀잔을 줬다. 이처럼 우애 좋은 ‘족구 의남매’는 공을 잡자 “얍” 하는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태권도의 앞 돌려차기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때려내며 추위를 잊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공동기획: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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