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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밥상처럼… 따끈따끈 ‘집밥의 정성’을 팝니다

입력 : 2017-11-15 06:00:00 수정 : 2017-11-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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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신선하게, 더 깔끔하게… 반찬가게의 진화
“엄마, 나 이거 먹을래.”

한 아이가 반찬가게에 뛰어 들어오자마자 ‘꽈리곤약조림’과 ‘콩나물무침’을 집어든다. “그래 알았어. 오늘은 이것도 한번 먹어볼까?” 엄마는 아이가 고른 반찬에 다른 반찬 몇 가지와 국을 더해 계산한다.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반찬가게 ‘소중한 식사’의 늦은 오후 풍경이다. 이곳에선 김치나 젓갈이 담긴 널찍한 통, 스티로폼 접시에 랩을 씌운 포장 등 보통 반찬가게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깔끔하게 담긴 반찬들이 편의점을 연상시키는 세련된 냉장 진열대에 보기 좋게 놓여 있다.

규모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기본적인 나물 반찬부터 달걀말이, 멸치볶음, 불고기 등 매일반찬, 김치·장아찌류, 각종 국과 찌개 등 100가지가 넘는다. 모녀는 물론 젊은 부부, 퇴근길 직장인 남성까지 이 가게에서 저녁 찬거리를 찾는다.

40대 초반의 주부 이연경씨는 “제 입맛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이 집 반찬은 재료가 신선하고 조미료를 쓰지 않아 아이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며 “맞벌이 부부라 집에서 모든 음식을 다 준비할 수 없어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오픈한 ‘셰프찬’ 도곡점. 2015년 서울 옥수동에 처음 문을 연 뒤 2년 만에 매장을 4개로 늘렸다. 깔끔한 포장과 진열이 돋보인다.
비타북스 제공
◆맛·건강·위생…고급화로 승부

반찬가게가 달라지고 있다. ‘집밥’, ‘1인 가구’ 트렌드에 맞춰 좋은 식재료와 세련된 맛으로 ‘고급화’ 전략에 성공한 가게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소중한 식사’의 소정윤 대표는 대기업 식음료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4년 전 반찬가게를 열었다. 식자재 수입을 담당했던 그는 ‘재료 보는 눈’만큼은 자신한다. “회사 다닐 때 셰프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얘기가 ‘재료만 좋아도 반 이상은 간다’는 거였어요. 둘째 아이까지 낳고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반찬가게를 열었죠.”

처음엔 체인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과 너무 달랐다. 본점에서 공급하는 식재료는 한눈에 봐도 신선도가 떨어졌고, 불투명한 조리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반찬을 손님들에게 권할 수가 없었어요. 10개월 만에 본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제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소 대표는 매일 새벽 혼자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장을 본다. 가게 주방에서 조리팀이 반찬을 만들면 대표가 맛을 본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량 폐기하고 당일 만든 반찬만 판매한다.

가게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소중한 식사’의 또 다른 사업장이 있다. 카카오플러스와 배달업체를 통해 모바일로 들어온 주문은 이곳에서 생산·포장돼 전국으로 배달된다.

2015년 옥수동에 처음 문을 연 ‘셰프찬’은 기업투자가로 활동했던 김석헌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에만 가게를 세 군데 더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셰프들이 직접 만드는 이곳 반찬에는 원칙이 있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국내산 식재료(해산물과 육류 일부 제외)를 사용해 인공 감미료는 전혀 넣지 않고, 간을 약하게 맞추는 것이다. 1년 만에 까다로운 고령 주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은 비결이다. 여기에 소비자의 요구를 철저히 분석하고 반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김 대표의 전략이 적중했다.

“백화점 반찬은 정갈하고 고급스럽지만 비싸고, 일반 동네 반찬가게는 저렴하지만 간이 너무 세고 위생 상태가 못 미덥죠. 그 중간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는 있는데 그런 반찬가게는 없다고 생각해 도전했습니다.”

셰프찬에서만 장을 보아도 한끼 밥상을 완벽하게 구성할 수 있도록 반찬과 일품요리, 국종류까지 메뉴를 다양하게 갖췄다. 늘어나는 1∼2인 가구를 겨냥해 포장 단위는 ‘한끼용’으로 줄였다. 여기에 위생적이고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용기를 사용해 편리성을 더했다. 맛은 물론, 편리함에 음식 낭비를 줄인 소비자 중심 서비스로 셰프찬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내 손 안의 반찬가게 ‘모바일 반찬 쇼핑’

동네에 프리미엄 반찬가게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모바일로 원하는 반찬을 쉽게 주문할 수 있는 배달 전문 반찬업체들이 있고, 유명 반찬가게 반찬을 대신 배달해주는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회원수 40만명을 자랑하는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
‘우아한 형제들’이 운영하는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은 회원수 40만명에 육박하는 인기 업체다. 자체 생산하는 반찬 브랜드 ‘집밥의 완성’, ‘김치의 완성’ 등 반찬을 배달하고 ‘소중한 식사’, ‘셰프찬’과 더불어 입소문 난 유명 반찬가게들의 반찬까지 배달 대행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통해 브랜드에 관계 없이 다양하게 주문할 수 있고,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신선한 반찬들을 한꺼번에 받아볼 수 있다. 2016년 초 신선식품 배달앱 ‘배민프레시’로 론칭한 뒤 1년 반 만에 반찬 주문 건수가 10배 증가했다. 배민찬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의 증가에 바쁜 일상에도 건강한 한끼를 챙기고자 하는 고객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품 다양성, 주문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모바일 반찬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동원홈푸드에 편입된 ‘더반찬’은 대규모 조리공장에서 반찬을 자체 생산해 전국에 배달한다. 셰프들이 개발한 표준 레시피에 따라 집밥에 가까운 일관된 맛을 자랑한다. ‘아이반찬’, ‘저염식’, ‘남도특선’ 등 입맛에 따라 골라먹을 수 있고 식단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소비자 기호에 맞춘 반찬들을 다양하게 제공해 여성커뮤니티 등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해 반찬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소량 생산해 조금씩 판매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정식으로 반찬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조리식품 특성상 포장·배달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 내용물이 상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SNS에서 종종 반찬을 구매하는 박모(32·여)씨는 올여름 자주 이용하던 SNS 반찬 업체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은 뒤 크게 탈이 났다. 박씨는 “사업자에게 전화해 사과 받고 반찬가격을 돌려받은 선에서 끝내긴 했지만, 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봐 조심하게 됐다”며 “믿고 먹을 수 있도록 반찬업체의 생산·배달 시스템을 인증하는 제도가 갖춰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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