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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여성들 다툼 '노매드 전쟁'…"용서 못 해"

입력 : 2017-11-14 15:35:08 수정 : 2017-11-14 15: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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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 “여성들 싸움에 남성이 말려들었다간 화를 면치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일본에서 직장여성들과 주부들 간의 공방이 계속돼 남성들은 처신에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다.

‘노매드 전쟁’으로 불리는 여성 간의 다툼은 서로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됐다.
노매드란 말은 ‘유목민’. ‘방랑자’를 뜻하는 말로, 카페에서 업무를 보거나 시간을 보내는 미혼 여성을 가리킨다.
'노매드 전쟁'은 서로에 대한 질투에서 비롯됐다. 여성들 기 싸움에 주변이 모두 얼어있다.
■ 전쟁의 서막
딱히 문제 될 게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노매드를 먼저 공격한 쪽은 주부들이다.
여성 포털 요메루모뉴스에 게재된 내용을 보면 소셜 미디어(SNS)에 전해진 노매드의 우아하기까지 한 모습이 여성 잡지 등에서 ‘일과 생활을 즐기는 현대 여성’으로 표현된 것이 화근이 됐다.

주부들은 이런 노매드 모습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들은 노매드를 두고 ‘한가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주변에 과시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며,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 아침밥을 챙기고 아이를 돌보며 청소, 빨래, 식사 준비, 육아 등 집안일을 매일 매주 매월 계속하고 있는데, 생각 없는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페에서 ‘라떼아트(라떼 위에 캐릭터 등을 표현한 커피)‘ 없이는 마치 일을 할 수 없는 것 마냥 행동한다며, 카페인이 필요하면 캔 커피를 들고 가까운 공원에서 일하라고 비아냥을 섞었다. 그러면서 ’노처녀로 늙기 전에 빨리 시집가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덧붙였다.
참고 사진. 위 여성 같은 모습을 노매드 여성이라고 한다. 주부들 이들을 두고 '한가롭게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신을 주변에 과시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며 질투했다.
■ 노매드의 반격
같은 편이라고 믿었던 주부들로부터 공격받은 노매드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그들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과 커피를 마시며 일한 것뿐’이라며 자랑할 마음도 없고, 되레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건 주부들 쪽이라고 지적했다.

노매드는 지인 주부들의 모습을 보고 들은 것을 근거로 ‘여유를 즐긴다’는 주장에 ‘주부가 온종일 집안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맞받아치며 회사에서 노동이 집안일보다 결코 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돈을 벌 걱정 없이 지내는 주부들이 오히려 부럽다며 주부는 자신이 얼마나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지는 상상조차 못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러우면 일자리를 구하라’며 방법을 제시했다.
참고 사진. 노매드는 ‘주부가 온종일 집안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맞받치며, 그들이 느낄 안정감을 질투했다.
■ “말려들었다간 큰일 난다”
노매드 전쟁이 발발 후 한 남성이 말을 잘못 꺼냈다가 미혼여성, 기혼여성을 가리지 않고 집중공격을 받았다.
그는 어리석게도 “미혼은 결혼해서 카페서 일하고, 주부는 일자리를 구해 카페서 일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한 남성이 여성들의 공격에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후 이를 곁에서 지켜본 남성들은 중립을 선언하며 회사에서는 노매드 편, 가정에서는 주부 편을 들며 마치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다”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

자칫 말 한마디에 화살이 날아 고지식한 남자가 돼 여직원들의 점수를 모두 잃거나 주부들의 수고를 이해 못 하는 부족한 남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회사 내에서 지금껏 쌓아 올린 '매너 있는 남성' 이미지를 지키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참고 사진. 남성들은 회사 내에서 지금껏 쌓아 올린 매너 있는 남성이라는 이미지를 지키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중립을 선택했다.
한편 노매드 전쟁을 두고 사회평론가들은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서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문제를 촉발했다고 보고 있다.
노매드에게는 직장인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특권이 있고, 주부들은 주부만이 갖는 ‘안정’이라는 특권이 있는데, 서로가 가진 ‘특권‘만 보고 아웅다웅한다는 것이다.
미혼여성, 기혼여성 가릴 것 없이 앞서 특권은 여성 모두에게 주어진다. 미혼여성이 결혼하면 안정을 얻고, 기혼여성은 잠시 쉬고 있을 뿐 사회 복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로가 느낀 특권은 여성 모두가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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