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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개물림 사고 트라우마…반려견 놀이터도 '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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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1 10:30:00 수정 : 2017-11-11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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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포비아' 확산… 혐오시설로 낙인 / 지자체, 주민 갈등에 설치 보류 늘어
“우리 개랑 같이 가고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사라졌어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반포근린공원에서 만난 박모(60)씨는 공원 한쪽을 가리키며 아쉬워했다. 그곳은 서초구민체육센터 옆 공원 공터로, 지난 6월 서초구가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했던 장소다. 서초구는 예산 2200만원을 들여 660㎡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개장하지 못했다. 박씨는 “놀이터에 장애물 피하기, 계단 오르기 같은 시설이 갖춰져 기대가 컸다”며 “반려견들이 놀이터 안에 있으면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산책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서초구에 따르면 반려견 놀이터 개장 예정일은 지난 6월26일이었다. 준비 상황은 순조로웠다. 반포근린공원은 주거 단지와도 떨어져 있고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할 소방서도 가까웠다. 그러나 개장을 5일 앞두고 해당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반려견 놀이터는 안 된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5일간 600여명이 소음이나 배설물 문제,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들어 설치반대 의견을 구청에 전달했다.

서초구는 주말에만 임시로 운영하겠다고 타협안을 냈지만 반발은 그치지 않았다. 결국 반려견 놀이터는 개장 직전 폐쇄됐다. 서초구 관계자는 “개 자체를 싫어하거나 개의 습성을 오해한 분들은 무조건 설치를 반대해 설득이 어려웠다”며 “다른 곳에 반려견 놀이터를 설치해달라는 제안이 꾸준히 돌어오지만 마땅한 후보지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개에 물리는 사고 등 반려견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확산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도그포비아’(개공포증)도 늘어 반려견을 위한 시설이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다.

경기 수원시와 의왕시 등 반려견 놀이터 설치를 계획하던 일부 지자체는 반대 민원 때문에 설치를 보류 중이다. 서울 관악구는 낙성대 공원에 설치했던 반려견 놀이터를 소음 민원 때문에 주거 단지와 떨어진 공원 안쪽으로 옮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반려견 놀이터가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최영민 서울시수의사회장은 “동물복지시설을 확대하면 동물의 문제 행동 등이 줄어 개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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