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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직장을 얻고 머리카락을 잃었다…탈모에 우는 2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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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10 10:00:00 수정 : 2017-11-11 13: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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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업 스트레스도 심한데, 탈모까지…”

3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장모(28)씨는 올해 하반기 공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뒷바라지 해주시는 부모님에게 또 ‘탈락소식’을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이미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져 친구들과의 모임에 발을 끊은 지도 오래됐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탈모. 장씨는 최근 한 대기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는 면접관의 한마디에 ‘멘붕’(멘탈붕괴)이 와 면접을 망쳐버렸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식사도 불규칙적이고 그래선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며 “취업 스트레스로 생긴 탈모로 인해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더 빠지는 악순환”이라고 참담해했다.

#2. “직장을 얻었지만 머리카락을 잃었다”

3년차 직장인 이모(29)씨는 아침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꼭 거치는 과정이 있다. 머리 정수리 부분이 갈수록 휑해지면서 ‘흑채’라고 불리는 순간증모제를 뿌리는 것이다. 이씨는 “직장에서 야근도 많고, 회식도 잦다보니 회사에 다니기 전과 비교해 생활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직장 스트레스를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머리카락이 엄청 빠졌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회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할 때나 앉아있는데 누가 서 있을 때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씨는 최근 탈모 문제로 피부과를 다녀왔다. 자신처럼 탈모를 겪고 있는 친구가 “탈모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조언을 해줬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 등 식습관’을 탈모 원인으로 진단했다.

취업 준비나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빠지는 자신의 머리를 보며 한숨짓는 20대가 늘고 있다. 20대 청년층의 탈모 진료비 증가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는 등 탈모로 속않이 하는 이들이 적잖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 의원(국민의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탈모 환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대 청년층의 탈모 진료비용 증가율은 34.2%로 나타났다. 평균 증가율 30.6%보다 4% 정도 높은 수치로, 특히 30대(23.7%)와 40대(31.8%)의 진료비용 증가율 보다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2012∼2016년) 탈모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103만명으로 이중 남성이 56만명, 여성이 47만명이었다. 20대 청년층은 21만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탈모가 유전적인 영향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유전과는 무관하게 탈모가 진행돼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한 탈모치료병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모 환자 중 유전적 소인이 없는 경우가 4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부터 수면부족,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 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20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초기 탈모가 발생하면 민간요법이나 탈모 개선 제품을 선택해 스스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탈모 개선 제품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들이 상당수다. 더욱이 어설픈 자가 치료가 탈모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0대 초반에 머리가 빠지기 시작해 써보지 않은 탈모 개선 제품이 없을 정도라는 김모(29)씨는 “발모에 도움이 된다는 샴푸부터 두피마사지 기계까지 안 써본 게 없다”며 “하지만 탈모 진행을 막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많은 탈모인들은 탈모 치료제의 비싼 가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탈모약을 구입할 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싸게 구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현재 탈모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가격대가 높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탈모 치료제로 승인한 먹는 약 ‘프로페시아’는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격은 1개월 분량에 약 7만원선이다.

이와 관련 김광수 의원은 “20대 청년층에서 30대와 40대 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탈모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과 청년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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