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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경] 朴도 비싸 못 먹는다는 '교도소 콩밥'의 변천사

입력 : 2017-10-21 08:20:00 수정 : 2017-10-21 0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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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 교도소 수형자 밥의 변천을 보여주는 사진. 반찬은 2014년 식단을 그대로 따랐다. 따라서 '콩밥'으로 불렸던 1960년대 밥의 반찬은 이것과 확연히 다르다.  콩밥은 콩을 수입해야 하는 까닭에 1986년 사라졌고, 보리밥도 수매 폐지에 따른 가격 인상 등으로 예산이 부족해 명맥을 감췄다. 2014년 6월부터 100% 쌀밥으로 바뀌었다. MBC TV 캡처

[만리경] 박근혜 전 대통령도 먹어보지 못한 '교도소 콩밥'···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주장으로 돌아본 수형시설 변천사

◆춥고 더럽고 불을 켜놓아 잠도 못 자게 한다는 수형시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은 최근 법원과 검찰이 자신에 대한 구속기간을 연장하자 외국 법률회사를 통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있으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도록 계속 불을 켜놓고 있다"며 인권침해를 주장했다.

아울러 "영양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3월31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상도. 박 전 대통령 측은 열악한 시설과 영양 부족 등으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등은 배당된 음식도 남기는 수형자가 상당수에 달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영양 부족에 시달릴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미결수(형 확정 이전)와 기결수(형 확정 수형자) 등을 다루고 있는 법무부는 적극 반박에 나섰다. '매트리스, 접이식 침대 등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물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박 전 대통령이 지내는 공간은 일반 수형자들의 10배에 달한다"며 일반 수형자들이 인권침해를 진정해야 한다고 받아쳤다.

◆감옥→형무소→교도소

박 전 대통령은 1심이 끝난 상태가 아닌 미결수 신분이어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형돼 있다. 1심 판결로 유죄가 확정되면 교도소로 옮겨져 생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나 수형자의 대우는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복장과 명찰 등 구별을 위한 것들뿐이다. 

조선시대엔 형조와 병조, 사헌부, 포도청, 각 고을 수령이 나름의 감옥을 운영했다. 특히 법을 다루는 형조의 부설 감옥인 '전옥서'는 양반 등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일제는 1923년 5월5일 총독부령 72호를 통해 죄인을 가두는 지옥 같은 곳이라는 무시무시한 뜻의 '감옥'(監獄)에서 형 집행을 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형무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러다가 1961년 12월23일 형법 개정을 통해 수형기간 동안 올바른 교육을 해 참된 이로 재탄생시킨다는 뜻의 '교도소'(矯導所)로 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일제시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교도소 밥에 콩이 섞여 있었던 까닭에 '교도소=콩밭'이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사진은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의 한 장면. 사진=MBC TV 캡처

◆교도소의 대명사 '콩밥', 지금은 너무 비싸 못 먹는다

교도소 하면 꼭 따라붙던 말이 '콩밥'이다. 잘못된 행동이나 일을 하려는 이에게 "콩밥 먹고 싶어"라며 제지하곤 한다. '콩밥=교도소'라는 등식이 성립돼 옥살이를 하고 싶으냐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더는 콩밥을 찾아볼 수 없다.

▲일제시대엔 보리밥, 옥수수로 만든 주먹밥에 해초가 반찬

예나 지금이나 옥살이를 하는 이에게 주는 밥(식사)은 그 시대 기준으로 하급에 속한다. 나랏돈을 들여 죄를 지은 이에게 좋은 음식을 제공할 수 없는 탓이다.

교도소(감옥) 식단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경제사정이 윤택해지고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현실과도 비례한다.

일제시대 형무소는 기본적으로 보리와 옥수수를 섞어 만든 주먹밥을 재소자들에게 줬다. 반찬은 해초무침 등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어린이 주먹만한 크기여서 수형자 대부분 영양실조에 걸렸다. 이 상태에서 강제노동 등에 시달렸기에 죽어나가는 이가 많았다고 전해진다.

▲서대문 형무소 급식, '콩 5-좁쌀 3-현미 2'의 콩밥

독립문 부근에 있었던 서대문 형무소는 서울에 있었던 만큼 그나마 다른 지역에 비해 일제가 나름 공을 들였다. 식단도 콩 50%, 좁쌀 30% 현미 20%로 구성해 보통 옥수수로만 배를 채워야 했던 다른 형무소와 달랐다.

이때 '콩밥'이라는 용어가 사회에 퍼지기 시작했다.

1957년 '재소자 밥상 규정'에 따라 수형자들에 대한 식단 규정이 처음 도입됐다. 당시엔 노동 정도 등에 따라 주는 밥의 양도 차이가 났으며, 사진처럼 생긴 밥틀을 이용해 가장 많은  1등식에서 가장 적은 5등식까지 구별해 지급했다. 출처=법무부 블로그

▲1957년 '쌀 3-보리 5-콩 2' 등장, 밥량도 1~5등식···밥틀로 만들어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뒤에는 재소자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지 정해지지 않아 형무소마다 예산 상태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그러다가 1957년 '재소자의 밥상에 대한 규정'이 도입돼 주식인 밥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이에 따르면 밥은 '쌀 30%-보리 50%-콩 20%의 혼식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수형자 밥에 콩을 섞은 것은 단백질 공급 때문이다. 예산 사정상 고기를 공급하기가 어려워 값도 싸고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이 선정됐다.

밥의 양도 노동의 정도와 수형 성적 등에 따라 1~5등식급으로 차등 지급했다.

이를 위해 밥을 담는 틀을 5개로 달리해 제작해 사용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말이 통용되던 시절이었기에 형무소 밥은 '찍은 밥'이라는 뜻의 '가다 밥'으로 불렀다. 가다는 형(型·거푸집)의 일본말이다.

▲1986년 '쌀 5-보리 5' 보리밥 등장, 콩은 사라져

이후 경제발전에 따라 교도소 식단도 변화가 생겼다.

육류나 생선, 두부 등의 반찬이 등장해 단백질 공급원이 늘었다. 이에 먹기가 힘든 콩밥이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1986년 4월에는 재소자의 밥상에 대한 규정이 다시 바뀌었다.  '쌀 50%, 보리 50%'를 섞은 보리밥을 제공하며, 명절 땐 100% 흰 쌀밥을 준다고 변경됐다.
 
콩이 사라진 것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 수급이 여의치 않았던 현실도 한몫을 했다고 한다. 수입과 더불어 콩을 삶는 데 드는 연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최근 구치소나 교도소 등 교정시설엔 매끼니 사진처럼 1일 4찬이 제공되며, 위해요소를 없애기 위해 플라스틱 수저가 지급되고 있다.  

▲2014년 6월 보리도 자취 감추고 완전한 쌀밥으로 

보리밥도 1989년 '쌀 60%, 보리 40%'로 바뀌어 쌀의 비중이 더 커졌다. 94년에는 쌀 70%, 보리 30%, 1995년에는 쌀 80%, 보리 20%의 혼식으로 각각 제공됐다.

쌀 풍작에도 소비가 둔화돼 재고 문제가 깊어지자 2008년부턴 쌀 90%, 보리 10%의 사실상 '쌀밥'이 교도소에 등장했다.

2014년 6월 이후엔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엔 100% 쌀밥이 제공되고 있다.

2012년 수매제 폐지에 따라 보리 농사를 짓는 이들이 크게 줄었고, 값도 정부미(쌀)보다 비싸지는 등의 문제로 100% 흰 쌀밥이 나타났다.

◆한끼당 1440원, 하루 식비 4320원···나라서 주는 밥 중엔 가장 싸

현재 교정급식 한끼당 단가는 1440원, 하루 전체로는 4320원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영 급식을 통틀어 단가가 가장 씨다.

장병의 하루 급식비 7481원과 비교하면 58%선이다.

수용자의 1일 급식 단가는 2010~11년 3430원, 2012년 3602원, 2013년 3674원, 2014년 3962원 등으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수형자 1인당 지급 음식량은 오히려 줄어들어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지급되는 주식의 양은 2008년까지는 1일 1인당 750g이었다.

2009년부터 양을 줄여 650g만 주고 있다.

경비 절감을 위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벌을 주려는 차원은 아니었다. 수형자들이 제돈으로 사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많아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아울러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진 수용자들이 갈수록 밥을 덜 먹는 현상에도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더불어 다이어트와 건강 등을 위해 정량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자 아예 음식량을 줄였다.  

2005년 이후 교도소 등 모든 교정시설에는 영양사가 배치됐다. 아울러 법무부 교정본부는 한달 단위로 식단을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여기엔 원산지 표시, 특식까지 표시돼 있다. 이는 이달 서울구치소의 식단표.

▲자율급식 확대되고 2005년부터 모든 교도소에 영양사 배치

최근 들어 개방 교도소를 중심으로 자율 배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먹고 싶은 양만큼 가져갈 수 있으나 정부가 기본 음식량을 줄일 정도로 수형자들이 담는 양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전 교정기관에 급식전문가(영양사)를 둬 위생 급식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법무부는 아울러 급식단가 범위 내에서 최대한 영양과 위생을 고려한 식단을 한달 단위로 짜 공개하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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