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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완화 콩잎·건강 설탕… 농업생명공학분야 ‘기술혁신’ 세계가 인정

입력 : 2017-10-12 19:59:09 수정 : 2017-10-12 23: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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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진흥청, 생명공학분야 세계혁신 연구기관 2년 연속 선정 / 농·축산업 기술 개발 프로젝트 /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 성과 / 탄저병에 강한 고추 최초로 육성 / ‘사실상 0 칼로리’ 기능성 당 개발 / 최근 돼지 각막, 원숭이 이식 성공 / 이종장기이식 기술 연구도 박차
농촌진흥청이 농업생명공학분야 혁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농진청은 글로벌 정보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생명공학분야 세계혁신 연구기관에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선정의 영예를 안게 됐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구 톰슨로이터 산하)는 세계 특허활동과 논문 발간 등 글로벌 지적재산 데이터를 분석해 각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한 기업, 연구기관, 기술 분야의 순위를 보고서로 발표하고 있다.

농진청은 탄저병 저항성 고추 개발을 비롯해 식물성 에스트로겐 고함유 콩잎 생산기술 개발, 제로 칼로리의 기능성 당 ‘사이코스’, ‘천연레티놀’ 대량생산 등 파급효과가 큰 산업적 핵심 성과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농촌진흥청 연구원들이 식물의 병해충 저항성 등과 관련한 실험을 하기 위해 다양한 시약들을 살펴보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생명공학분야의 혁신기관 1위는 CAAS(중국), 2위 듀퐁(미국), 3위 몬산토(미국)가 차지했다. 농진청은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는 10위에 선정됐다. 농진청은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 생명공학 등 12개 글로벌 핵심분야 중 혁신선도기관으로 선정된 우리나라의 기업·기관 중에 국가연구기관으로 유일하게 포함됐다. 생명공학 이외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총 7곳이 세계혁신기관으로 선정됐다.

농진청 황규석 연구정책국장은 “세계혁신연구기관 2년 연속 선정은 농진청이 농업생명공학이 농업의 미래임을 인식하고 지속으로 투자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농업 선도기관으로서 농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농업·농업인을 위한 실용화 성과 창출을 위해 농업 혁신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7년차, 가시적 성과

농진청이 추진 중인 농업생명공학분야의 대표적인 혁신사업은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이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농업생명공학 분야 연구개발을 통해 농·축산업의 국제기술 경쟁력과 미래가치를 높이고, 농산업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 2011년 출범돼 10년 동안 추진하고 있는 산·학·연·관 협력 국책사업이다.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은 분야별 사업단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농생물게놈활용사업단은 농생물 유전체와 대량유전자의 기능을 분석하고, 후성유전 연구 등 주요 농작물의 농업적 활용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농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유용한 유전자를 만들고, 분자육종기술을 개발해 고품질 농작물과 가축을 만드는 식물분자육종사업단과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이 있다.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은 고부가 기능성 소재나 슈퍼 농생물체 등을 개발하고 있다. 생명공학작물개발분야는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생명공학 작물의 안전성 평가와 연구개발을 맡고 있다. 고부가 바이오 신약 생산 동물 개발과 이식대체를 위한 바이오장기를 생산 연구하는 동물바이오신약장기개발사업단, 농생물자원에서 유래한 고부가 식품이나 의약품 소재를 집중 개발하는 농생명바이오식의약소재개발사업단도 있다.

사업 7년차를 맞은 현재까지 유전체 해독, 품종 육성, 식의약 소재 개발 등 분야별로 원천기술개발과 현장실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성과도 보인다. 최근까지 국가연구개발 100선 중 9건에 선정된 것은 물론 세계적 수준의 학술잡지(CNS수준) 15건, 최상위 5% 이내 수준의 학술잡지 309건을 포함해 SCI 논문 총 3529건을 발표했고, 약 120억원의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농업생명공학분야 주요 성과…탄저병 저항 고추·기능성 콩잎 재배 기술

고추는 농가들에 큰 소득을 안겨주는 인기 작물 중 하나다. 고추의 생산액은 국내 채소 시장 약 20%(1조3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율이 높다. 그러나 고추농사에는 위험도 따른다. 우리나라나 동남아와 같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는 탄저병 때문이다. 탄저병에 걸린 고추는 감염된 부위가 누렇게 변한 뒤 마르거나 썩는 병해로 방제도 불가능하다. 탄저병으로 매년 전국 고추 재배 면적의 20∼30%에서 1000억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한다.

농진청은 고추 탄저병 저항성 연구에 투자했다. 고추 탄저병 저항성을 보이는 남미산 고추와 국내 고추를 교잡해 탄저병에 강한 고추를 세계 최초로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15년 탄저병 저항 고추의 시판용 종자 생산을 시작해 농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갱년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된 기능성 콩잎 재배기술을 개발한 것도 눈에 띄는 성과로 꼽힌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건강 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유사한 물질로, 에스트로겐 호르몬제제의 부작용 우려 때문에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파바톤 콩잎으로 이름 붙여진 이 콩잎은 일반 콩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5배 이상 높다. 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고, 골밀도와 조골세포 기능을 높이는 등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기술을 이전해 파바톤 콩잎의 시범재배가 진행되고 있으며 차(茶)나 음료, 건강 기능성 식품 등이 출시될 예정이다.

설탕과 같은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0에 가까운 ‘사이코스’라는 기능성 당의 개발도 눈길을 끈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설탕의 대체재는 물론 당뇨 및 비만환자의 기능성 감미료로 널리 쓰일 전망이다.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한 의료용 소재 개발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이미 수술용 실이나 치과용 차폐막, 골 고정판, 인조혈관 등이 개발된 데 이어 의료용 3D 프린팅과 접목한 다양한 소재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은 최근 돼지 각막을 인간과 같은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이식한 뒤 면역억제제 없이 오랜 기간 기능을 유지하는 데도 성공해 이종장기이식 현실화에 한발짝 다가가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레티놀을 합성생물학기술을 이용해 천연 발효를 통해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연 3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당뇨 억제 성분인 ‘탁시폴린’ 함유 신품종 쌀인 ‘슈퍼홍미’가 개발돼 시판 중이다. 이상지혈증 개선 등에 효과가 있는 한천올리고당 생산기술 개발도 농업생명공학분야 기술 혁신의 주요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농진청에서는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 외에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 사업을 통해 지난 4년간 작물 및 가축 17개 품목의 유전체 해독을 완료했다. 앞으로 2단계 사업 4년간 20개 품목을 추가로 해독하여 우리나라 자원의 지식재산권 확보와 농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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