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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포르노그래피'가 성범죄·이혼율을 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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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03 17:42:49 수정 : 2017-10-03 17: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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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이하 포르노)를 많이 보는 보는 사람은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을까? 우리 사회에서 포르노는 흔히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악 중 하나로 평가된다. 하지만 매일 수백만명이 소비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 현실이다. 포르노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지 말고, 포르노의 영향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영국 BBC방송은 ‘포르노는 나쁜가? 증거와 신화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것’이란 기사를 통해 포르노와 성폭력, 인관관계의 연관성 등 포르노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보도했다. 

◆포르노는 성범죄를 조장하는가?

포르노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질문은 포르노가 성폭력을 직접적으로 유발시키는지 여부일 것이다. BBC에 따르면 이는 덴마크, 스웨덴, 독일이 1960~1970년 포르노를 합법화한 이후 수십년동안 탐구됐던 주제다.

1970년대 베를 쿠친스키 코펜하겐대 범죄학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포르노가 합법화된 국가들에서 합법화 이후 성범죄가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발표된 80개의 연구결과도 포르노가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러 실험들은 포르노가 성범죄에 일련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95년에는 4000명의 지원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실험이 진행됐다. 포르노를 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한 여성이 첫 데이트 때 남자가 사는 집에 간 것은 기꺼이 성행위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라는 문구(강간 통념)를 어떻게 해석할지 측정한 것이다.

해당 문구에는 성폭행 사건 발생시 피해자에게도 어느정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돼있다. 포르노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해당 문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러나 포르노를 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문구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포르노의 내용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가면서 성폭력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1990년대 포르노에 출현한 배우는 당시 포르노에는 정상적인 성행위 장면들만 나왔다고 말했지만, 2010년 포르노 300편을 분석한 결과 88%에 남성이 여성에 육체적 공격을 가하고, 여성이 이에 저항하지 않는 장면이 포함됐다.

또 캘리포니아대 닐 말라무스 교수가 300명의 남성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성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남성이 포르노를 많이 시청할 경우 포르노를 보지 않았을 때 보다 더 강한 성폭력 충동을 느낀 것으로 드러났다. 말라무스 교수는 “포르노 소비는 술을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며 “술이 원래 폭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것처럼 포르노는 성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남성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노 중독은 마약 중독과 비슷

포르노를 지속적으로 보면 우리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2014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남성 60명이 포르노 사진을 볼 때 생기는 뇌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만족감, 보상 등을 느끼게 해주는 선조체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때문에 포르노를 볼수록 선조체가 작아지면서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더 자극적인 포르노를 찾아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잦은 포르노 시청이 어떻게 선조체를 축소케 하는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포르노가 섹스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캠브리지대는 포르노 중독이 마약 중독과 비슷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섹스 중독자들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면 뇌의 특정 영역이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마약 중독자들이 마약을 볼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과 같다는 것이다. 다만 섹스 중독자들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포르노가 중독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부부관계에도 영향 미치는 포르노 시청

잦은 포르노 시청이 배우자에 대한 관심을 줄일 것이란 예측도 포르노를 둘러싼 담론 중 하나다. 실제 1989년 더글러스 캔릭 교수의 연구는 포르노가 배우자의 정신 건강에 “(좋지 못한 방향으로) 아주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웨스턴온타리오대의 론다 발자리니 박사의 연구 결과는 조금 다르다. 발자리니 박사는 캔릭 교수가 검증한 인원의 10배가 넘는 피실험자(여성 150명, 남성 400명)에게 누드 잡지, 옷을 입고 있는 사진, 추상화를 보여준 뒤 배우자에 대한 감정 변화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 감정의 변화는 없었다. 발자리니 박사는 “1989년 당시와 지금은 포르노의 양이나 질적 측면에서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르노가 이혼율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올해 5월 미국 종합사회조사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포르노를 시청한 부부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비해 이혼율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포르노가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나 불행한 관계를 나타내는 징후라는 데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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