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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은 이승, 무대는 저승 … 관객은 ‘환승’

입력 : 2017-09-24 20:49:10 수정 : 2017-09-24 2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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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신작 ‘꼭두’ / 단편영화 틀어놓고 연극 등 공연 / 삶과 죽음의 세계 신비로운 묘사 / 사후세계 모험 속 남매의 성장기 / 영화감독 김태용 연출 맡아 화제 / “국악의 원형에 다가가고 싶었다”
“김세일님한테는 편지도 왔네요. 안녕하세요. 우리 남편 잘 부탁합니다. 우리 남편은 밤에 빵 먹는 걸 좋아해요. … 꼭두님. 우리 엄마는 허리가 안 좋으셔서 걸을 때 지팡이 같은 게 있어야 해요. 옆에서 잘 모셔 주세요.” 막이 오르면 시중꼭두가 관객을 향해 출석을 부른다. 편지도 읽는다. 이승의 가족이 보내온 것이다. 지금 객석은 이승과 저승 사이. 망자를 저승까지 데려가는 존재인 꼭두가 관객을 인솔하려는 참이다. 무대 위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장삼이사의 평화로운 표정이 흘러가고 있다. 공연이 후반부로 치닫자 스크린에 할머니의 영상이 나타난다. 애타게 아이들을 찾는 중이다. 무대 위 꼭두들 역시 흑암지옥으로 휩쓸려간 아이들을 수색하고 있다. 할머니가 영상에서 “수민아, 동민아” 부르는 순간, 가상세계와 무대가 하나로 합쳐진다. 최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꼭두’의 리허설 현장이다.

국립국악원이 내달 4∼22일 신작 ‘꼭두’를 공연한다. 제작비 12억여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김태용(48)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도 화제다. 김 감독은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로 잘 알려졌고, 배우 탕웨이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꼭두’는 그의 첫 공연 연출작이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스크린에 이승, 무대에서 저승이 동시에 진행돼 신비로울 것”이라며 “꼭두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그 사이에 있는 존재인 만큼 관객 모두 상여 안에 있다고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꼭두’는 할머니와 손주의 사랑을 통해 생의 소중함을 말한다. 수민과 동민 남매는 강아지를 사려고 할머니의 꽃신을 고물장수에게 팔아버린다. 응급실로 실려간 할머니가 꽃신을 찾자 남매는 죄책감을 느끼고 고물상으로 찾아갔다가 사후 세계로 빠지고 만다. 이곳에서 남매가 시중·길잡이·광대·무사 꼭두를 만나 벌이는 모험과 성장담이 공연의 큰 줄기다. 슬프면서 따뜻하고 웃음기를 머금은 정서가 녹아 있다.

국립국악원 신작 ‘꼭두’는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사이사이 무대에서 공연이 벌어지는 특이한 형식을 취했다. 사진은 공연을 위한 단편영화 촬영 모습.
국립국악원 제공
이 작품은 형식이 특이하다. 단편영화가 상영되는 와중에 무대에서 연극·무용·국악이 공연된다. 김 감독은 이 공연을 위해 전남 진도에서 30여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먼저 촬영해 놓았다. 그는 여러 장르를 합친 데 대해 “형식 실험이 아니라 국악의 뿌리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제례나 노동에 쓰여온 국악은 한과 기쁨, 노동의 고단함 같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며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는 총체적 체험을 통해 국악의 원형에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악에 응축된 삶과 시간을 무대예술로 되살리는 것이 그의 궁극적 목적이다.

김 감독은 국악과 오랜 인연을 맺었다. 그는 “15년 전쯤 춘향가 완창을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한 울림을 느꼈다”며 “그 후 조금씩 국악을 접하며 ‘어떤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덕에 영화에 국악을 접목한 작업도 시도했다. 지난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고(故)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1961)을 판소리와 엮었다. 올해도 레게 음악과 판소리를 접목한 음악극 ‘레게 이나 필름, 흥부’를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음악은 영화 ‘라디오스타’ ‘사도’의 방준석 음악감독이 담당해 기대를 모은다. 누나 수민 역은 ‘부산행’ ‘군함도’의 아역배우 김수안, 남동생 동민 역은 최고·최정후가 연기한다. 시중꼭두는 중견배우 조희봉, 길잡이꼭두는 연극배우 심재현이 맡았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원인 이하경과 박상주는 각각 광대꼭두와 무사꼭두로 변신한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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