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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내 사랑은 이승과 저승에 두루 뻗쳐서
밤마다 꿈의 밤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네.

너는 이승에서 내가 놓친 대물 농어
그 어떤 물고기로도 대신할 수 없는 월척.

네 퍼덕이는 영혼을 다시 건져 올리기 위해
이승의 경계 너머 저승까지 찌를 흘렸지.

생의 절반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어느 날이던가
마침내 농어가 낚시를 물고 늘어졌네
세계가 감전된 듯 밤새 전율이 계속됐지.

수면을 박차고 치솟는 요란한 바늘털이로
이승의 잠이 은비늘처럼 부서져 내렸지.

그렇게 너는 전설처럼 내 뜰채에 담겼지만
끝내 너의 영혼을 이승으로 견인할 수 없었네.

눈을 뜨자 다시 돌려보내는 것으로
내 오랜 기다림의 농어 낚시는 끝났네.

-신작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천년의 시작)에서

◆ 김선태 시인 약력

△1960년 전남 강진 출생 △199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간이역’ ‘작은 엽서’ ‘살구꽃이 돌아왔다’ ‘그늘의 깊이’ △애지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목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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