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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아닌 범죄 '데이트폭력']로맨스로 미화된 데이트폭력…예방 교육은 수박 겉핥기 그쳐

입력 : 2017-09-18 19:43:54 수정 : 2017-09-18 19: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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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에 한정된 청소년 교육/학교선 1년 15시간 성교육만/ 잘못된 性인식 바꿀 노력 필요
남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술자리에 있는 여자친구의 손목을 억지로 잡아채 끌고 나간다. 저항하는 여자친구를 번쩍 들어올려 어깨에 둘러메기도 한다. 또 다른 장면.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하던 한 커플의 행동이 점차 과격해지더니 남성이 상대 여성을 벽에 밀치고 입맞춤을 한다. 여자의 입술에 피가 맺혔지만 낭만적인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인 사이의 갈등을 푸는 방법으로 묘사되며 종종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명백한 ‘데이트폭력’이다. 데이트폭력이 증가하고 심할 땐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로맨스’의 한 종류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장면은 데이트폭력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폭력과 사랑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고 잘못된 연애관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정슬아 활동가는 “수년에 걸쳐 미디어 속에 그려지는 ‘손목잡기’ 등 폭력적이고 무례한 연애 방식과 왜곡된 여성관을 지적했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 관련 교육은 찾아보기 힘들다. 1년에 15시간으로 지정된 성교육 시간 말고는 데이트폭력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임신·출산 등 주제에 한정돼 있다.

반면 미국은 20여개의 주에서 ‘10대 데이트폭력에 관한 법’에 따라 학교장이나 이사 등의 주도로 매년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수업에서는 데이트폭력의 개념을 설명하고 실제 사례와 피해자의 대처방안 등을 상세히 소개한다.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에서는 강서구에서 조성한 양성평등기금을 기반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교육 업무를 맡고 있는 한 활동가는 “자신만의 기준이 생기는 청소년 시기에 올바른 성 인식 교육을 통해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고 나아가 발생할 수 있는 데이트폭력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데이트폭력의 특징과 문제점을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 성평등 의식을 심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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