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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그 가치만큼 전달하기 쉽지 않아
공감되지 않은 진심, 사심에 지나지 않아
진심은 세상에 가장 믿을 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만큼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오랜 고민 끝에 거취의 결정을 내리지만 타이밍을 두고 왈가왈부한다. 선의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지만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다. 오해를 받더라도 진심을 보여줄 길이 없다. 진심은 물질이 아니므로 확인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진심을 알아주지 않아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맹자’를 읽으면 첫머리에 양나라 혜왕이 맹자를 만나서 신세한탄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혜왕은 자신의 나라에서 한 지역에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그곳의 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거나 구호물자를 보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려고 진심을 다했다. 하지만 국민은 혜왕이 자신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국정 지지도가 낮았던 것이다.

맹자는 혜왕의 이야기를 듣고서 처음에 위로하는 듯 말하다가 혜왕으로 하여금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국정을 돌아보게 했다. 혜왕은 이웃의 진나라와 제나라로부터 공격을 받아 영토를 잃고 왕자가 사망을 하자 복수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는 전쟁물자를 마련하느라 세금을 마구잡이로 거두어들여서 곳간에 양식이 썩어나가지만 평소에 국민의 생계를 돌보지 않다가 자연재해가 들면 그때야 쥐꼬리만큼 구호물자를 제공했던 것이다.

혜왕이 국정 책임자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등한히 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반면 맹자는 혜왕이 문제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지도 않고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놓고 진심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사람이 진심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혜왕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국민의 처지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복수를 위한 전쟁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반면 맹자는 국민의 처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복수전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았다. 결국 진심은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희생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혜왕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복수전쟁을 추진하면서 최소한으로 이재민을 돌보면 오히려 국민을 돌본다는 이미지를 통해 사람을 복수전쟁에 동원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사람은 각각 경험과 가치를 달리하기 때문에 진심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설혹 진심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진심이 전달되고 수용되는 최선의 상황을 꿈꾼다. 그렇게 되면 사람 사이에 오해보다는 이해가 많고 착각보다 소통이 많아 행복한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다. 진심이 왜곡되지 않고 온전히 그대로 전달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말하기만 하면 진심을 받아줄 것이라는 자기 위주의 사고를 벗어나서 긴 시간에 걸쳐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울러 공동체의 우선적 과제가 제기되면 아무리 진심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진심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감되지 않는 진심은 사심에 지나지 않는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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