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입장에서 공화당은 국정과제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했다. 이민문호 강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등에서 백악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지 못했다. 그런 공화당을 트럼프는 툭하면 드러내놓고 공박했다. 그는 얼마 전엔 트위터에 글을 남겨 “공화당 의원들, 지난 7년간 (오바마케어) 폐기와 대체 문제를 들어왔지만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공화당은 세제개혁과 감세법안 입법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그런 트럼프가 지키는 약속이 있다. 스스로 믿는 신념 ‘미국 우선주의’이다. 그는 정치권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더라도 스스로 ‘미국인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면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폰 드레러는 “트럼프는 누구의 편도 아닌, 오직 ‘자신의 편’”이라며 그의 행동을 설명했다. 트럼프의 과거를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는 정치권 언저리에 발을 들여놓은 뒤, 민주당과 공화당 등을 오가며 최소 5번 당적을 바꿨다. 일부 언론엔 트럼프가 2020년 재선에 나선다면 공화당의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그의 과거가 잉태한 전망이지만, 황당하기 그지없는 추측이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트럼프는 그라운드를 넓게 쓰며 좌우를 넘나드는 공격수이다. 문제는 관중이 열광한다면 상대편이 아닌 같은 팀의 골대를 향해 달려들지도 모르는 선수란 점이다. 집권당인 공화당이 긴장하는 이유이다.
자신의 배짱, 본능, 감각에 의존하는 트럼트의 성향은 간혹 동맹마저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북핵문제 등으로 이래저래 트럼프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우리 정부에도 어려운 점이 가득하다. 트럼프는 불현듯 섶을 지고 북핵이라는 불 한가운데로 뛰어들 수도 있고, 소방호스를 자신의 주변 보호 용도로만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공화당이 생각하는 “우리가 집권당인지”에 버금갈 정도로, 우리 정부는 “한국이 동맹으로 보이는 것인지”라고 자조해야 할 순간도 닥칠 것이다. 이러한 ‘낯선 대통령’이지만, 트럼프는 대선출마 이후 북한문제 해결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국 외교에 미국 우선주의가 있다면, 한반도 문제엔 중국의 역할이 있다. 때론 즉흥적인 트럼프가 일관성을 보이는 부분이다. 우리 정부가 세심히 살피고 대응해야 할 대목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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