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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BJ 1만명 시대, 개인방송 어떻게 이뤄질까?

입력 : 2017-09-16 12:00:00 수정 : 2017-09-17 1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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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벤치에 앉아 BJ(개인방송진행자) 조은희(27)씨가 개인방송을 하고 있다.

“어디로 갈까요? 여러분”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 BJ(개인방송진행자) 조은희(27·여)씨는 휴대폰을 설치한 삼각대를 한손에 들고 혼잣말을 하며 길을 걸었다. 주변 사람들은 휴대폰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 그가 신기한지 힐끔힐끔 쳐다보기 바빴다. 몇몇은 “BJ다! BJ” 라고 속삭이며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의 방송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에 위치한 한 타로점집에서 운세를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개인방송을 시작한 조씨는 횟수로 168일째 방송을 한 신입 BJ다. 그는 “성격이 내성적이라 아직도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도 빠른 속도로 채팅을 치는 시청자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며 방송을 진행했다.

조씨는 "전에 매운 짬뽕에 도전했다가 눈알이 빠질 뻔했다"면서 "가끔 채팅으로 욕 하는 일부 시청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내가 재미있어야 시청자들도 재미있다고 믿기 때문에 준비한 콘텐츠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BJ 조은희씨 집에 마련된 방송용 공간에는 여러 방송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조씨의 방은 하나의 ‘방송국’이다. 제대로 방송을 해보겠다면서 하나씩 구입한 장비만 수백만원에 달한다. 인터넷으로 방송을 송출할 고사양의 컴퓨터는 물론 캠, 마이크, 채팅과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게 설정된 2대의 모니터, 심지어 화면 양쪽에는 얼굴을 화사하게 꾸며줄 조명까지 설치되어 있다. 집에서 방송을 할 때 배경 역할을 하는 벽에는 인형을 놓아 데커레이션(decoration·장식)까지 마쳤다.
 
인터넷으로 보면 별다른 준비 없이 하는 방송 같지만 채팅방을 관리해주는 매니저, 실시간 방송을 유튜브 용 영상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고용한 ‘영상 편집자’가 조씨의 일을 돕고 있으며, 수시로 '합방(합동방송)'·'먹방(먹는방송)' 등 콘텐츠를 고민해 촬영해 사실상 ‘소규모 방송국’을 운영하는 수준이다.

조씨와 같이 여성 진행자가 팬들과 채팅으로 소통하는 방송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른바 ‘여캠 방송’으로 불린다. 남자가 비슷한 방송을 진행할 땐 ‘남캠 방송’이라고 한다.

유명 BJ들은 많은 팬을 거느리며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만 110만여명을 거느린 개인방송진행자 ‘김이브’나 ‘윰댕’, ‘도복순’ 등 유명 여캠들이 인기를 얻자 최근 많은 이들이 '보이는 라디오' 콘텐츠 방송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일부 연예인까지 개인방송에 도전할 정도다.

개인방송플랫폼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아프리카TV에 등록된 BJ는 약 1만명으로 게임, 보이는 라디오(여캠·남캠) 순으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평소 개인방송을 자주 본다는 대학생 정모(25)씨는 “BJ가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새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며 “재치 있게 채팅을 하는 시청자와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개인방송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유명 BJ의 입담이 좋아 시청자가 쓴 채팅을 재밌게 풀어내면서 웃음을 이끌어낸다”며 “리액션(후원을 했을 때 고마움을 표시하는 반응)을 보기 위해 별풍선(일종의 후원금)도 쏘게 되는 것 같다”고 개인방송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렇듯 인터넷방송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초등학생들이 개인방송진행자를 장래희망으로 꼽을 정도로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수익구조는 아직 불안정하다. 조씨는 “1만명의 BJ가 있다면 개인방송만으로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있는 진행자는 불과 100명 안팎일 것”이라며 “별풍선을 많이 받는 달과 적게 받는 달이 확실치 않고 수입 수준도 격차가 커 BJ만을 직업으로 선택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BJ의 수익구조가 일정하지 않다보니 최근 기획사가 1인 방송을 관리·지원하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사업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유망한 개인방송 창작자들을 모아 콘텐츠, 방송시설, 장소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다.

실제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MCN 사업자만 100개가 넘었다. CJ 등의 대기업과 트레져헌터, 레페리 같은 대형 MCN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한 MCN 업계 관계자는 “전에 비해 개인방송진행자 수가 많아져 얼마나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지가 성공의 열쇠가 됐다”며 “일각에선 개인방송이 선정적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요즘에는 작가, PD, 기획자와 함께 BJ 방송을 함께 만들 정도로 차츰 방송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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