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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사람들 시선에 두 번 아픈 아토피환자…"옮는 병 아닌데.."

입력 : 2017-09-02 11:33:01 수정 : 2017-09-02 18: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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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아토피 환자는 93만 3000명에서 2016년에는 2080명 늘어난 93만 5080명으로 집계됐다.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은 주로 유아기와 소아기에 시작되는 만성적이고 재발성의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12세 이하 어린이와 소아 환자가 전체 48.6%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환경오염과 식품첨가물 사용증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성인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며, 성인 36만 명이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국민건강보험공단 인용)

아토피 환자들은 발병 원인이 불분명하고, 만성적이며, 재발을 반복하는 병으로 고통스럽지만 몰이해에서 비롯된 사람들 인식과 따가운 시선이 이들을 두 번 아프게 한다.

■ “사람들 시선에 두 번 아프다”
초등학교 6학년쯤부터 아토피를 앓았던 24세 A씨는 학창시절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외톨이였다.
겉으로 훤히 드러나는 병 탓에 한여름에도 체육복을 껴입는 등 노력을 이어온 A씨였지만, 친구들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을 들춰냈다. 그들은 A씨를 ‘전염병 환자’ 취급하고 가까이 오는 것조차 싫어했다. 환부가 보기 흉하고, 겉으로 보여 같이 다니기 창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장 친했던 친구로부터 절교 선언을 듣기에 이른 A씨는 대학에 가서도 남들 눈치를 보며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했다.

보다 못한 주변에서 싫다는 A씨를 반강제로 이끌어 한 남성과 연인이 되면서 작은 변화를 맞이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A씨 남자친구는 한여름에도 긴 팔·긴바지를 입는 그녀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A씨는 그가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이해해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용기 내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했다.

A씨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겪어왔던 일이지만 좋아했던 남자친구 반응에 서운한 마음이 컸다”며 “이해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두 번 다시 다른 사람 만나긴 힘들 것 같다”고 눈물지었다.
한여름에도 긴 팔·긴바지를 입고 지낸 A씨. 아토피로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했다. 그는 "지금도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고 말한다.
■ “옮는 병 아닌데..”
유치원생 딸을 둔 B씨는 얼마 전 딸아이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들곤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딸은 “친구 엄마가 친구랑 놀지 말라고 했다”며 “유치원에서 같이 놀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B씨는 화나고 속상한 마음에 딸아이 친구 부모를 찾아가 이해시켜보려 했지만, 돌아온 말은 “옮으면 어떻게 하나”라며 “우리 아이와는 절대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 다른 아이들과 놀게 하라”였다.

B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혼자 지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슬프고 힘들다”며 “유치원을 옮겨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토피는 치료가 쉽지 않을뿐더러 겉으로 드러나 보여 심리적 불안 등 고통을 가중한다. 특히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어린이들은 환부를 긁어 병을 악화한다.
■ 그들만이 느끼는 고통
아토피 환자들은 요즘 같은 환절기면 고통이 배가 된다고 말한다.
피부가 건조해져 가려움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피부건조증 외에도 습진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 이들의 고통을 가중한다.

특히 가려움은 밤이 되면 심해져 잠잘 때 무의식적으로 환부를 긁어 상처가 깊어지고 심하면 진물이 난다. 또 숙면하지 못한 결과 삶의 질이 떨어지는 등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토피는 온몸을 시작으로 얼굴에 습진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며, 색소침착으로 피부가 검게 변해 쉽게 눈에 띈다.

그 결과 앞서 사례처럼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생활을 유지하는데 지장을 주는 불안증세, 신경과민증,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국내 아토피 환자는 93만 3000명에 이른다. 이중 어린이가 약 50%정도이며, 성인 36만 명이 이 병으로 고통받는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성인이 되어 아토피가 재발한 30대 남성은 “나도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오죽할까 싶다”며 “한편으로는 이해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기자와 만난 몇몇 아토피 환자들은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지진 않더라도 잘못된 상식에서 나오는 차가운 시선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은 없다. 치료가 쉽지 않아 '난치성 면역질환'으로 불리는 아토피는 그들이 해결해야 문제지만, 잘못된 인식과 시선이 그들을 더 힘들게 하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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