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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女보다 화장 잘하는 男이 뜨는 이유

입력 : 2017-09-02 05:00:00 수정 : 2017-08-31 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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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피부관리를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남성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그간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하던 색조화장 영역에 도전하는 남성들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른바 '그루밍족'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남성 셀럽(유명인)들이 방송에서 사용한 화장품도 '빛의 속도'로 팔리고 있습니다. 그루밍족이 늘어나면서 화장품에 대한 이미지가 변모하고, 성별 구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남성들이 화장품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 여성들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화장품 매장도 남성을 위한 곳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다양한 할인행사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불황에도 외모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소비 패턴도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그루밍족을 겨냥한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판촉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턱선은 더 날렵하게! 콧날은 더 오똑하게…"

남성 전용 BB크림으로 피부 톤을 보정하고, 전문 화장품 매장에서 눈썹을 정리하며, 날렵한 턱선을 살리기 위한 컨투어(Contour·윤곽) 메이크업까지 섭렵한 이른바 ‘남성 화장 전성시대’가 열렸다.

2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스킨케어 시장은 1조1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생필품으로 꼽히는 국내 라면 시장(약 2조원)의 절반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다.

자기관리에 관심이 많은 20~30대에게 화장하는 남성은 다소 여성스럽거나, 외모에 유난하다는 인식보다는 오히려 '깔끔한 매너남'으로 비춰지고 있다.

◆지갑 여는 '화섹남' '남코덕'

최근 ‘화장하는 섹시한 남자(화섹남)’이라는 애칭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김기수씨가 한 뷰티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키스미 볼륨앤컬 마스카라’는 지난 5월 방송 직후 한달동안(5월4일~6월3일) 전월 대비 20배 가량 매출이 상승했다.

아찔하게 올라가는 속눈썹을 소구하는 그의 화장 기법과 화술이 여느 여성 뷰티 모델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방증이다. ‘남성 코스메틱 덕후(남코덕)’도 등장했다. 이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을 시험하고 시연하며 공유한다.

실제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2년 약 63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가 5년만인 지난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표 뷰티 플랫폼으로 꼽히는 미미박스에 따르면 현재 남성 회원수는 31만명으로(7월 기준) 전체 회원 수의 10%에 달하며, 2014년 12월 4만여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7개월 만에 8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미미박스 남성 회원 1명당 매월 평균 11개 제품을 구매했으며, 월 평균 구매액은 약 6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구매 제품 수는 약 3배, 구매액으로는 약 1.3배 증가한 것이다.

◆기초 스킨케어 넘어 윤곽 메이크업까지…男 화장 테크닉 화려해져

남성 소비자들의 제품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과거 남성 화장품이 토너나 로션, 선크림 같은 기초적인 스킨케어 중심의 제품이 다수를 차지했던 반면, 최근에는 색조나 난이도가 높은 메이크업 제품에 이르기까지 관심과 영역이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미미박스 남성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킨케어 카테고리는 최근 1년간 변함 없이 상위 구매군에 속했다. 특히 마스크팩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마스크팩과 기초메이크업 카테고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과 올해 7월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초메이크업 카테고리 구매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가벼운 트러블을 가릴 수 있는 컨실러(concealer), 파운데이션 제품의 인기가 높았다. 더불어 아이브로우 펜슬(눈썹 연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메이블린뉴욕이 최초로 ‘남성 커버걸’(male covergirl)을 발탁해 화제다. 가디언 화면갈무리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초 단계의 메이크업을 뛰어넘어 뷰티 전문가들이 구사하는 기술인 얼굴 윤곽을 보정을 위한 제품에 남성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곽 메이크업(Contour Make-up)이란 얼굴 구조적으로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의 대비를 극대화하거나, 도드라진 부분을 상대적으로 덜 부각하는 방식으로 보정해 착시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드는 메이크업 방식이다. 이런 음영을 줄 수 있는 컨투어 스틱, 셰이딩 쿠션, 팔레트 형태가 주를 이룬다. 남성 소비자의 윤곽 메이크업 제품 구매는 지난해 대비 1.5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황이 이렇자 주요 화장품 브랜드도 남심(男心)을 겨낭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주로 여성용 화장품을 내놓던 헤라(HERA)가 남성용 화장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헤라 옴므 스페셜 2종 기획 세트’인데, 자외선 차단효과와 노화방지 성분이 들어 있어 지금처럼 볕이 강한 계절에 안성맞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대에는 남자의 화장이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도구였다. 지금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도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주고, 결국 일상이나 사회생활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韓 남성 스킨케어시장, 라면시장 절반 수준까지 성장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그루밍족 관련 상품 구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9월11일부터 10월10일까지 남성이 구매한 수분·보습 화장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대비 품목에 따라 많게는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화장품 광고를 들여다 봐도 전에 비해 남성 모델이 등장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여성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전략으로 남성 모델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오히려 남성을 포함한 타깃 소비층에 제품의 실제적 효과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설명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입술에 자연스러운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제품으로 10대 이상의 남녀 소비자 모두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립 틴트 카테고리의 경우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 배우들이 일상에서 애용하는 특정 제품의 모습이 방송 등에 노출돼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10대 소비층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남성 아이돌 그룹 ‘워너원(프로듀스 101)’의 멤버 강다니엘은 방송 중 짙은 핑크 컬러의 틴트를 바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해당 제품은 방송 직후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에서 매출이 출시할 당시 같은기간 대비 55%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워너원 멤버들이 쿠션, 마스크팩, 틴트 등의 메이크업 제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면서 데뷔 이후 줄곧 △이니스프리 △릴리바이레드 △토니모리 △클리오 등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이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할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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