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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술김에 무심코 음란채팅 했다가… 그 남자,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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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9 19:35:03 수정 : 2017-08-29 19:3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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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 피싱’ 여름철 기승/여성 ‘미끼’로 나체 영상 등 교환/“돈 안 보내면 지인에 유포” 협박/ 방학·휴가철 6∼7월 피해 집중/ 체면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 국제범죄조직, 한국 남성 타깃/“돈 보내지 말고 경찰에 신고를”
“죽고 싶었죠…”

30대의 직장인 A씨에게 이번 여름은 끔찍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술김에 스마트폰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에 무심코 들어간 게 악몽의 시작이었다. 거기서 만난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은 밤이 깊고 대화가 무르익자 “내가 아는 곳에서 영상채팅을 하자”며 A씨에게 사이트 주소를 보냈다. 동영상으로 서로의 나체를 보여주며 질퍽한 밤을 보낸 다음날 A씨에게 날아온 메시지 한 통.

‘이 영상을 OOO, △△△한테 보내면 어떻게 될까요? 80만원.’

손이 덜덜 떨렸다. 거기에는 음란행위를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들의 전화번호가 쭉 나열돼 있었다. 경찰의 조언에 따라 스마트폰을 초기화하고 이메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등을 삭제한 A씨는 무대응으로 일관했으나 불안감을 삭일 수는 없었다. 그는 “혹시 오늘 유포되지 않을까, 내일은 어떨까 매일 피가 말리는 심정이었다”며 “부모님과 지인 몇명에게 영상이 보내졌는데 정말 죽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음란한 영상채팅을 유도해 이를 빌미로 돈을 뜯는 이른바 ‘몸캠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젊은층의 음란물 소비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폐해라는 지적과 함께 체면을 중시하는 정서를 국제 범죄조직이 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700건의 몸캠 피싱 신고가 접수됐다. 1∼2월에는 145건에 불과했으나 여름이 시작되는 6∼7월 267건으로 크게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방학과 휴가 등이 몰리는 여름철에 스마트폰 채팅, 만남 어플의 사용이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이 당하고도 쉬쉬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원수가 2700여명인 몸캠 피싱 피해자 카페를 보면,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피해 도움 요청, 고민 상담 등 게시글이 900건가량인데 이번 달만 관련 게시글이 350건 넘게 게재됐다.

수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어플 등을 통해 물색한 남성들과 음란채팅을 하면서 악성 코드가 담긴 실행파일(확장자명 ‘.apk’)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 이 파일을 받게되면 스마트폰 내 연락처, 메시지 등이 상대방에게 몽땅 전달되는데, 이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유포시키겠다”며 협박을 가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스마트폰 채팅 어플이나 해외 영상채팅 사이트에서 이런 피싱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거엔 미리 찍어둔 여성의 영상을 이용해 채팅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여성이 ‘미끼’로 직접 범행에 가담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몸캠 피싱 관련한 ‘황당 범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보안회사를 사칭해 ‘몸캠 구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피해자들로부터 4억여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올 3월에는 몸캠 피싱으로 돈을 뜯긴 20대 남성이 자기가 당한 수법을 이용해 다른 남성 250여명을 상대로 2400만원을 뜯었다가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

중국, 필리핀 등 국제 범죄조직이 주를 이루는 몸캠 피싱에 유독 우리나라가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폐쇄적인 성문화, 체면 중시의 정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서구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순순히 돈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런 유형의 범죄에 비교적 예민한 20∼30대 피해자가 많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인데, 이는 젊은 세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음란채팅 문화가 확산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범죄심리학)는 “1차적으로는 과한 (성적)호기심이 부른 폐해”라며 “음란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몸캠 관련 피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몸캠 피싱을 당했을 때 무엇보다 “돈을 보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영상을 지워주지도 않을 뿐더러 한 번 돈을 보내기 시작하면 계속해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삼척시의 한 모텔에서 소주 4병을 마신 뒤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20대 남성 역시 몸캠 피싱 조직으로부터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범죄조직이 대부분이라 몸캠 피해를 입었을 때 회복이 쉽지 않다”며 “모르는 타인이 보내는 파일은 되도록 받지 말고 무엇보다 음란채팅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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