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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영어유치원 보내려 ‘세미 영유’까지 보내는 엄마들

입력 : 2017-08-22 19:49:49 수정 : 2017-08-23 07: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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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교육 열풍이 빚은 슬픈 풍속도 / 월 80만원 수준… 국공립의 2∼3배 / 현행법상 유치원 영어수업은 위법 / 사립유치원 분류 현황파악도 안 돼 / 전문가 “혼란만 키워” 효과 회의적
“영어를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싶은데 ‘영유(영어유치원)’로 곧바로 가면 아이가 어려워할 것 같아서 ‘세미 영유’를 선택했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홍모(35)씨는 여섯 살배기 자녀를 이른바 ‘세미 영유’에 보내고 있다.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 영어유치원을 ‘영유’로 줄여서 말하는데, 여기에 ‘세미’(semi)를 붙인 것이다. 풀어서 말하면 ‘준영어유치원’이라 할 수 있다. 사립 유치원에서 영어 수업과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초 아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했다는 홍씨는 “세미 영유는 영어뿐만 아니라 특별활동으로 수학이나 다른 수업도 함께 들을 수 있어 별도 학원 등록 없이 유치원에서 전부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어교육 열풍이 불면서 최근 ‘세미 영유’라는 변칙적인 유치원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더 일찍 영어를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들의 조급증이 빚은 슬픈 풍속도인 셈이다.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41·여)씨도 지난 3월부터 자녀를 세미 영유에 보내고 있다. 영어 교육 시간은 하루 2∼3시간. 오전에는 애니메이션 시청, 오후에는 특별활동으로 영어 뮤지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씨는 “아이가 ‘세미 영유로 옮기기 전에는 노는 시간이 1시간이었는데 지금은 1∼2분밖에 놀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들 사이에서는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아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학부모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세미 영유’의 월 교육비는 80만원 수준. 서울의 영어유치원 평균 교습비 105만4000원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국공립 유치원이나 일반 사립유치원보다는 2∼3배 비싸다. 그나마 세미 영유는 영어유치원과는 달리 유아교육법상 일반 ‘유치원’으로 분류돼 누리과정 혜택을 받고 있다.

문제는 세미 영유가 현행법상 불법이라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교육과정상 영어 과목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받도록 돼 있다”며 “국공립 유치원은 물론 사립유치원에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유아교육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시도 교육감이 시정명령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칠 경우 가해지는 법적 제재는 가볍지 않다. 유아교육법 30조에 따르면 교육과정 운영 규칙을 위반한 유치원에 대해 소재지역 교육감이 △정원감축 △학급감축 △유아모집 정지 △차등적인 재정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세미 영유는 학원으로 분류되는 영어유치원과는 달리 보통의 사립 유치원으로 분류된 탓에 어느 지역에서 몇 곳이 운영되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불법적인 세미 영유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유치원을 가기 전 단계로 세미 영유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아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국외대 이길영 교수(영어교육학)는 “조기 영어교육을 하면 결국 모국어와 외국어 어느 것도 제대로 익히기 어려울 수 있다”며 “언어적 혼란과 정신적 혼란으로 소아정신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 모국어를 먼저 익힌 후 영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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