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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입학금 인하… 다그치는 정부, 눈치보는 사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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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2 15:45:34 수정 : 2017-08-22 15: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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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전경
원광대(전북 익산)가 사립대 입학금 인하의 물꼬를 텄습니다. 내년 입학금부터 향후 10년 간 올해의 80% 수준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대학 등록금과 입학금, 전형료는 문재인정부가 꼽는 고등교육 분야 3대 (과도한) 사교육비입니다. 대학생·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몫을 없애거나 점차 줄이겠다는 게 새 정부의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입니다. 모든 4년제 대학이 대입전형료를 애초 공고안보다 평균 15.2% 인하하고 전국 41개 국공립대가 입학금을 폐지하겠다는 것도 이 같은 정부 시책에 부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립대들은 입장이 조금 다릅니다. 지난 6∼7년 간 주된 수익원인 등록금을 동결·인하해 전형료에다 입학금까지 내릴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원광대의 이번 입학금 인하 결정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습니다. 국공립대에 이어 사립대도 입학금 폐지·인하에 동참할지, 인하폭은 어느 정도일지 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실질적 반값 등록금’ 성패나 대학 재정지원사업 향배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원광대 “입학금 80% 인하”

원광대의 올해(2017학년도) 학생 1인당 평균 입학금은 57만6500원이었습니다. 원광대는 2018학년도 9만2240원을 시작으로 향후 9년 간 매년 4만1000원씩 입학금을 내릴 예정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7학년도 원광대 입학금은 11만5300원으로 지금의 5분의 1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원광대의 한해 전체 입학금 수입 규모는 23억원 정도입니다. 지방 중소규모 대학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배종향 원광대 기획처장은 “정부의 교육비 경감 대책에 적극 협조하고 학생·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자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합니다.

복잡한 속내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전북 군산대가 국공립대 중에서는 처음으로 입학금 폐지를 발표한 게 커 보입니다. 종합대와 원광대와 군산대는 비슷한 학업 성적을 지닌 예비 신입생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원광대 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인근 군산대가 국공립대 입학금 폐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며 “인근 사립대로서 불안감도 있었고, 어차피 입학금을 인하해야 한다면 우리가 물꼬를 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귀띔했습니다.

다만 군산대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다른 형태의 재정지원이나 수익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배 처장은 “단계적이라고 하지만 지금보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자체적으로 재정건전화 등 자구 노력은 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장학금 지원 확대나 수익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입학금 원가 산출 벼르는 정부

정부는 반색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국공립대야 그렇다 치더라도 ‘사적 소유물’ ‘대학 자율성’ 목소리가 큰 사립대에 대해선 입학금 인하를 견인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원광대가 총대를 메줬기 때문입니다. 입학금보다 규모가 적은 대입 전형료 또한 진통이 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합리적이지 못하고 과다한 전형료는 올 입시부터 바로 잡았으면 한다”고 했는데도 인하폭은 평균 15.2% 수준에 불과합니다.
교육부

박성수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국장)은 원광대의 입학금 인하 결정에 대해 “굉장히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교육부는 특히 원광대가 오리엔테이션 비용 등 입학 업무에 소요되는 최저 비용(11만5300원)을 산출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입학금은 대학이 수업료와 합쳐 ‘등록금 회계’로 처리하고 있는데 산정 기준이 불명확해 전형료와 함께 대표적인 ‘깜깜이’ 수입·지출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박 국장은 “미국 대학들의 입학금 규모도 100달러 안팎”이라며 “대학마다 입학금 산정 기준이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각 사립대의 입학금 산정에 거품이 끼어 있지는 않은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육부는 다음달 초까지 주요 사립대 기획처장이 참여하는 입학금제도개선협의체를 구성하고 입학금 산출 근거 및 사용처에 대한 표본 또는 전수조사해 적정 입학금 산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방침입니다. 지금으로선 내년 시행이 목표라고 합니다.

◆사립대 “총대 멜 대학 없나?”

반면 사립대들은 속앓이 중입니다. 각종 교육비를 내리라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는데 돈 나올 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신입생 1인당 입학금 규모는 2017학년도 기준으로 국공립대는 14만9500원인 반면 사립대는 그 5배 정도인 77만3500원이었습니다. 한국외국어대가 99만8000원으로 가장 높고 홍익대(99만6000원), 고려대(99만5400원), 인하대(99만2000원), 세종대(99만원)가 ‘톱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립대 대부분은 관행적으로 입학금 수입을 등록금 수입에 합쳐 학교 운영비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립대 전체 세입액에서 입학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달합니다. 입학금 수입이 한해 30억원 안팎인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국공립대에 이어 지방 사립대도 입학금을 폐지했으니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입학금 인하가 작지 않은 부담인 데다 한두해만 내리면 되는 것도 아니어서 어느 주요 대학이 (적정 수준의 입학금 인하라는) 기준점을 제시해주길 바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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