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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엄마 자격 없나요] 척수장애 엄마의 힘겨운 임신·출산기

입력 : 2017-08-21 19:05:40 수정 : 2017-08-22 15: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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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검사 가능한 병원 찾아 삼만리 / 진료비도 비장애인 두배 부담 가중
“임신 5개월 차에 신우신염에 두 번이나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어요. 척수장애로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니 방광이 완전히 짓눌려 버린 거죠. 이러다 배 속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네가 장애인이라서 그렇다’고 할까봐 친정에도 알리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습니다.”
요즘 퇴근 후 딸 소진(11)이와 함께 강변에 나가 ‘휠체어와 자전거·인라인의 데이트’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김선윤(49·사진) 은평늘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21일 임신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그는 결혼 전 중증장애인으로서 ‘과연 결혼생활을 감당할 수 있을까’ 확신을 못하던 시기에 아이를 가졌다. 임신 사실을 가족한테도 숨겨야 했던 때라 엽산제 복용과 각종 합병증을 막기 위한 건강관리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종합병원을 가도 대부분 비장애인 진료를 전제로 한 시설 구조라 휠체어에 앉아서는 검진을 받을 수 없어 발걸음을 돌리기 다반사였다. 결국 집에서 반나절이나 걸리는 대학병원급 유명 병원들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 병원의 산부인과 역시 척수장애인을 위한 전동 진료의자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검진 시 여러 간호사들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휠체어와 검진대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반복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침대카트 같은 것을 타고 다니며 필요한 진료들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의료진에게 역제안했을까. 넉넉지 않은 형편에 병원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던 차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도 초음파 등 여러 검진과 특진비가 모두 비보험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몸이 성한 비장애인과 달리 3차 진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본 진료수가 자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체중계가 없어서 기형아 검사를 할 때도 혈액 검사보다 비용이 두 배로 드는 양수 검사를 해야 했다. 김 소장은 “상당수 여성장애인의 임신·출산비용이 비장애인보다 곱절로 드는 만큼 저출산을 장려하는 나라라면 최소한 교통비 정도는 보전해 주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엄마는 임신·출산 과정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행히 딸은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엄마가 안아줄 수도 없는 처지였지만 소진이는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무럭무럭 잘 자랐다. 김 소장은 “어느덧 초등 5학년이 된 딸이 친구처럼 의지가 된다”며 ‘나의 비타민’이라고 불렀다.

특별취재기획팀=이강은·최형창·김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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