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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는 왜 지금 ‘박근혜 출당’을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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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9 11:30:00 수정 : 2017-08-19 13: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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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카드를 꺼낸 것을 두고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선과정에서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했던 그가 ‘친박청산’으로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새판짜기’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작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른정당은 시큰둥하다. 홍 대표가 당내 주류세력인 친박계의 저항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보수진영 새판짜기’의 가장 큰 변수다.

◆‘시체에 칼질’이라더니, ‘출당’ 카드 꺼내든 洪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출당카드를 처음으로 얘기한 것은 지난 16일 대구 토크콘서트에서였다. 이후 그는 3일 연속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청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18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대구에서 제기한 것은 그동안 쉬쉬하고 있던 문제를 공론화 해보자는 것”이라며 “뒤에서 숨어서 수근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해서 찬반을 당내 논쟁으로 끌여들여보자. 당내 의견이 조율되면 그 방향으로 조치하도록 하자”고 말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다. 대선후보 시절에 친박계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지난 4월에는 박 전 대통령 출당과 관련해 “이미 정치적 사체가 된 박 전 대통령을 다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며 반대한 바 있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등 친박 핵심 의원들의 당원권 정지를 푼 것도 홍 대표였다. 그는 지난달 25일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선고 중계 가능성을 열도록 결정하자 “시체에 칼질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홍 대표가 당 혁신위원장에 강경 우파 성향의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이같은 노선의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 그가 입장 변화에 대한 아무런 설명 없이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의 ‘정치적 책임’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자연스레 ‘말바꾸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태극기 부대가 강해지면 박 전 대통령을 감쌌다가 약해지면 깐다. 갖고 노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
◆복당파 “보수통합” 언급 뒤 ‘朴 탈당’ 제기한 洪


홍 대표측은 의도된 언급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무슨 의도가 있거나해서 (출당) 발언을 한 건 아닌데, 언론보도로 파장이 커지니까 ‘이럴 바에는 정면돌파하자’는 판단으로 공개 논쟁을 제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 대표의 발언이 계산된 것이라는 해석이 더 지배적이다. 그의 발언 시점이 당회의에서 “보수 통합” 목소리가 나온 직후였다는 점이 근거다. 실제로 홍 대표가 대구에 내려가기 전인 16일 오전 당 지도부·3선 의원 중진 연석회의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중진의원들은 보수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다수가 바른정당에서 건너온 ‘복당파’들이다. 권성동 의원이 “우리 당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보수통합”이라고 했고, 김학용 의원은 “보수통합 문제는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 “인위적인 통합은 부자연스럽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인 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통합’의 대상이 바른정당임을 감안하면, 홍 대표가 이같은 이야기를 들은 뒤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시사한 발언을 한 것이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의원 대다수가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 청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홍 대표가 ‘말바꾸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른정당과 관계설정을 위해 ‘친박청산’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이는 국민의당-바른정당간 연대가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일단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사진=연합뉴스
◆”군불때기 불과” 시큰둥한 바른정당…24·25일 연찬회가 중대분수령


정작 바른정당 내에서는 홍 전 대표의 ‘친박청산’ 발언에 시큰둥하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여름 다 지나갔다. 겨울은 되야 ‘정치적 이벤트’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보수통합’을 이야기하려면 진작에 친박청산을 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핵심 인사도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에 대비하는 ‘군불때기’식 발언으로 본다”며 “11월은 되어야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홍 대표가 ‘친박청산’을 공론화시켰기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당내 논쟁은 불가피하다. 24일부터 1박 2일동안 개최되는 의원·원외위원장 연찬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 분당과정에서 새로 임명된 원외위원장들 상당수가 친박계 인사들이기때문에 이들이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집단적으로 비판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당의 진로를 두고 한판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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