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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여배우 폭행논란, 영화 연출을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

입력 : 2017-08-08 12:33:45 수정 : 2017-08-08 13: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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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캐스팅 된 한 여배우가 지난 2013년 3월 영화 촬영과정에서 감독에게 폭행을 당하고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받았다며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지난 1월 진정을 접수했다.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 단체는 공동대책위원회(공동위)를 구성했고 지난 7월 26일 해당 여배우는 김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김 감독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3일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는 “다수의 스태프가 보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며 “스태프가 당시 상황을 정확히 증언하면 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공동위는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김 감독의 해명에 반발했다.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 단체들이 모인 공동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서초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라며 김기덕 감독을 비판했다.

이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감독에게 배우가 인권침해 당하는 이러한 현실은 그동안 지속된 영화계 관행”이라며 “이 사건도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인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감독의 폭력, 모욕, 납득되지 않는 연출을 참아내며 영화를 찍고, 또 수많은 배우와 스텝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봐야하냐”고 물으며 “피해자가 있는 영화현장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안병호 위원장은 김기덕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태도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영화를 찍을 때) 수십명의 사람들에 의해 준비가 끝나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감독은 이때부터 자기만의 ‘좋은 영화’에 빠지게 된다”며 “촬영을 진행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고 ‘연기하는 피사체’만 남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적인 화면이 영화를 만드는 최고의 미덕이 되고 만드는 과정에서 폭행이나 강요가 발생해도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 뒤로 사라지고 감독의 연출의도라는 말에 가려지고 있다”며 “영화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일이고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이해가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수많은 여성배우가 폭력을 당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화단체 ‘찍는페미’의 박재승 대표는 “여태까지 수많은 여성배우와 여성영화인들이 당한 성폭력을 감춰왔고 많은 동료들을 잃어야 했다”며 더 이상 묵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 단체들이 모인 공동위 회원들이 8일 서울 서초동에서 영화인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이명숙 변호사는 “유명 연예인이나 유명 감독 등에 대한 대부분의 사건들은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어느 순간 가해자는 피해자로 둔갑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까지 더해진 채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풀이 돼 왔다”고 우려했다. 

그는 “(피해자가) 4년 만에 어렵게 용기를 내어 고소를 진행하고 있다”며 “악성댓글이나 신상털이 등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선 그 누구라도 법적으로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감독과 배우의 성폭력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 미국에서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중 80%는 사건화가 되지 못하고 발고를 하더라도 기소까지 가기가 어렵다”면서 “데이트폭력방지법 등 여성폭력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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