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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극동러시아] 웅비하는 동방의 경제수도… 韓·中·日 선점 경쟁 뜨겁다

입력 : 2017-08-07 18:47:37 수정 : 2017-08-07 18: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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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야심찬 新동방정책 / 자유항 블라디보스토크 부상 / 80년대 한국 고도성장 연상 / 유라시아·북극 진출 교두보 / 中·日 대규모 투자 본격화 / 南·北·러 ‘삼각협력’ 강화 시급 “블라디보스토크 우라(만세)!”

극동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부시장 외침에 블라디보스토크 혁명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밤하늘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1일은 블라디보스토크시(市) 창건 157주년(7월2일)을 앞두고 기념행사가 한창이었다. 러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출신 밴드 무미트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헌사하는 노래 ‘블라디보스토크 2000’을 노래하자 광장의 흥은 최고조에 달했다.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 찬가가 들리던 1980년대 고도 성장기의 한국이 떠올랐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날(7월2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일 혁명광장(중앙광장)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극동러시아 관문인 인구 60만명의 블라디보스토크가 들썩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2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신(新)동방정책에 따라 동토(凍土)의 땅에 새로운 활력의 기운이 움트고 있는 것이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블라디보스토크무역관에서 3년째 주재원 생활 중인 신지현(32) 과장은 “작년, 재작년에도 블라디보스토크의 날 행사를 직접 나와 관찰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서방경제 제재 등으로 그간 경제상황이 쉽지 않았음에도 잘 극복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고지대인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금각교와 시내 전경.

극동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외교안보수도 모스크바, 문화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동방의 경제수도로 부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세제, 보험 등의 법·제도를 뜯어고치며 국가적 자원 동원과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낙후한 변방, 극동러시아 지역을 개발하는 데 국가의 명운을 걸었다.

극동러시아 개발의 양대 핵심 제도가 산업개발특구인 선도개발구역(TAD)과 물류특구인 블라디보스토크자유항(FPV)제도이다.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입하는 관문, 천연가스 등 배후의 막대한 지하자원,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개발 의욕에 더해 기후변화에 따른 북극 항로 개방까지 예고되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하는 극동러시아 지역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로 남·북·러 협력사업에 제동이 걸린 사이 중·일의 선점 경쟁도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중국은 우리가 만주로 부르는 동북지역 개발에 나서면서 이 지역과 접한 극동러시아에 인해전술식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일본도 자본·기술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치밀한 사전 준비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경제·산업적 차원을 넘어 한반도 미래를 겨냥해 러시아를 재평가하고 극동러시아 개발과 관련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러시아·CIS(독립국가연합)학과 주임교수는 “떠오르는 극동러시아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한국경제의 대안시장이자 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자원의 안정적 확보처”라며 “시장경제 논리를 넘어 남·북·러 삼각협력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동러시아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웅비 여부가 달려 있는 곳이라는 명확한 인식을 갖고 극동을 바라봐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블라디보스토크=글·사진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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