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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 늦깎이 트로트 가수 이제윤 “꿈을 포기하지 말고 견디다 보면 이룰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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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5 13:00:00 수정 : 2017-08-05 15: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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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양복에 흰 셔츠, 넥타이를 한 이제윤(43)씨는 15년 차 직장인 회사원이다. 하지만 주말만 되면 마이크 앞에 선다. 흥이 가득한 트로트 가수가 된다.

본업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금강공업의 인사총무팀장이다. 하지만 본업 외에도 트로트 가수, 작곡가, MC, 농부 등 4개의 직업이 더 있다. 본인 스스로 ‘파이브 잡스’라고 말한다.

“‘파이브 잡스’ ‘인기 예정 가수’ ‘철인 28호’라고 스스로 불러요. 회사에서는 인사팀장이지만, 쉬는 시간에는 많은 일을 하죠. 가수가 됐다가 행사MC가 돼요. 농부, 작곡가로도 활동해요. 대학생들을 상대로 멘토링도 하고 있어요. 남들은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괜찮아요. 즐기면서 하니까 힘들지 않아요.”

5개의 직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직업은 ‘트로트 가수’다. 중견그룹 인사총무팀장인 그가 어쩌다 ‘트로트 가수’가 됐을까. 자비를 들여 앨범을 만들고 발품을 팔아 홍보를 하고, 직접 행사 섭외도 한다. ‘사서 고생’이다.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이에요. 한 번 사는 세상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봐야죠. 어렸을 적부터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록발라드를 부르고 싶었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취향이 트로트로 바뀌었죠. 어르신들도 좋아하고 트로트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기 때문에 바꾸길 잘한 것 같아요.”

음악은 그의 삶에서 언제나 곁에 있었다. 고등학생 때 합창단을 하면서 음악과 연을 맺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밴드에 가입하려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못 들어갔다. 지인과 밴드를 결성하려 했지만 이 또한 비용이 많이 들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 봉사 활동과 교회 성가대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계속해왔다. 트로트 가수가 된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봉사와 성가대 활동은 물론이고 종종 회사 야유회나 워크숍 등에서 MC와 가수를 맡기도 한다.

“야유회나 워크숍, 송년회 등 회사 행사에서 진행을 맡고 있어요. 필요할 때는 노래까지 부르고요. (가수를) 직장 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반대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휴일에 골프 치러 가는 것처럼 저는 노래가 취미인 거죠. 아내도 제가 음악을 한다고 하니까 처음에는 의아해했어요. 하지만 제 꿈이라고 하니까 믿고 도와줬어요. 지금은 든든한 지원군이 됐고요. 가끔 행사를 뛰고 용돈까지 벌어오니까 좋아해요.”

이제윤씨는 지난 2014년 5월 첫 싱글 ‘상남자야’로 데뷔했다. 이듬해 7월에는 첫 번째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지난해 3월 ‘슈퍼파워’라는 싱글을 공개했다. 모든 곡은 자비로 제작했다.

“노래 재능 기부를 하다가 제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노래를 하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상남자야’라는 곡을 받았죠. 미니앨범에는 제가 직접 작사 작곡한 2곡을 포함해 5곡이 담겼어요. 다음 앨범 계획은 아직 없어요. 도움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거든요. 우선 지금 나온 노래로 활동해보려고요.”

이제윤씨는 40살이라는 다소 늦으면 늦을 수 있는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프맨(hopeman)이 되지 말고 두맨(doman)이 돼야 해요. 원하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행에 옮겨야 해요.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생겨요. 지금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을 뿐, 돌아가면 되잖아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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