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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매력을 영화 속에 담기 시작했다. ‘매치 포인트’의 런던, ‘로마 위드 러브’ 등. 그중의 백미는 2011년 칸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미드나잇 인 파리’다. 파리에 온 주인공 ‘길’(오언 윌슨)의 여행 과정에서 파리의 명소 곳곳이 등장한다. 우디 앨런만이 아니라 파리를 제목으로 하는 영화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주인공 ‘길’은 한밤중에 혼자 술에 취해 호텔을 찾지 못해 성당 뒷골목을 헤매다가 종소리에 맞춰 우연히 올드 카에 탄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부추기는 바람에 차에 타게 된다. 차가 도착한 술집에서 ‘길’은 피츠 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도 만나고 헤밍웨이까지 만난다. 밤 12시면 같은 곳에 나타나는 올드 카는 ‘길’을 1920년대라는 골든에이지의 파리로 데려가는 것이다.

문득 우디 앨런이 ‘미드나잇 인 서울’이라는 영화를 만든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한국어도 잘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진 뉴요커인 ‘길’이 서울의 명소를 구경하다 친구와 광화문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헤어져 혼자서 종각 근처를 헤매던 중 올드 카가 다가와 함께 타자고 해 어떤 찻집에 내리게 된다. 그곳이 바로 1930년대 이상이 운영하던 다방 ‘제비’였고, 당시 모더니즘의 선두였던 구인회 멤버들을 만나게 된다. ‘길’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구보 박태원과 만나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논하기도 하고, 언젠가 더블린에 가서 주인공 ‘블룸’이 걸었던 코스를 함께 걷고 싶다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다음 날 낮에 ‘길’은 어제 구보가 썼다고 말하던 ‘천변풍경’을 떠올리며 청계천을 걸어본다.

밤이 되어 한국 전통주의 매력에 빠져 거나하게 취한 ‘길’은 마천루의 건물들이 높이를 겨루는 현재의 종각 밤거리를 보며, 구보가 말하던 화신백화점이 이곳이었나를 생각하던 중, 또 어제의 올드카가 다가와 또 ‘길’에게 타라고 한다. ‘길’은 이처럼 일주일을 서울에 머물던 중 매일 1930년대 문인들과 문화인들을 만나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회환을 알게 되고 당시 ‘경성’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가상적 시나리오지만 서울도 파리만큼 매력이 있는 곳이며 스토리텔링으로 개발할 곳이 수도 없이 많다. 스토리텔링은 서울을 매혹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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