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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피아니스트 지메르만 “조성진 오래 널리 기억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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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6 00:00:00 수정 : 2017-07-27 17: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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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조성진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널리 기억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매 해 발전을 거듭할 겁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1·사진)이 후배 조성진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치켜세웠다. 최근 유튜브 등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연장 불법 녹음은 음악가를 욕보이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해외투어에 가져가는 데 대해서는 고전·낭만 시대 곡들을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메르만은 9월 음반 발매를 앞두고 최근 진행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성진은 음악에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피아니스트”라며 “음악가로서 커리어를 구축해가는 태도 또한 아주 책임감이 있어서 높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쇼팽국제콩쿠르 당시 조성진의 결선 연주를 본 후 ‘결선에서 협주곡을 이렇게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메르만은 “이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그의 우승에 관해서는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며 “조성진이 단연 최고였고 만장일치로 우승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폴란드 출신인 지메르만은 조성진보다 40년 앞선 197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이후 철저한 준비와 무결점 연주를 통한 ‘음악적 완벽주의’를 지향하며 세계 최정상 피아니스트로 활동해왔다. 그가 오랜만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솔로 앨범을 선보인다. 9월8일 전세계 동시 발매되는 새 앨범에는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인 20번 D959, 21번 D960을 담았다.

그는 “이번 앨범은 우연한 기회로 기획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몇 년 전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시에서 공연한 그는 시장과 대화 도중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훌륭한 콘서트홀이 있다면 음반을 다시 내기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고, 가시와자키 시장은 바로 ‘언제든 와서 녹음 작업을 해도 된다’고 알려왔다. 지메르만은 “바로 그 다음 주에 음반 녹음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 저도 제 음반 전체를 들어보지는 않았다”며 “녹음 후 일주일만 지나도 아마 다르게 녹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에 제 음반을 듣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어 때마다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에 대해 “왜 이 질문을 피아니스트들에게만 하는 지 잘 모르겠다. 플루티스트들에게는 묻지 않는데”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한 뒤 “좀 더 진지하게 답변하자면, 언제나 제 피아노를 갖고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을 때 탄생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경우에만 갖고 갑니다. 스타인웨이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쇼팽, 슈베르트, 베토벤, 브람스와 같은 작곡가들의 시대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죠. 그래서 어떤 악기로 연주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현대음악을 연주할 때면 이 문제를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작년에는 루토스와프스키 작품들을 연주했고 현재는 번스타인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들의 경우는 제 피아노를 굳이 가져가지 않습니다. 공연장 피아노들도 그 목적에 맞게 연주하기에 충분히 좋거든요.”

지메르만은 “가끔 악보의 스타카토, 피아니시모, 악센트 등의 기호를 그 시대 악기로 연주하게 되면 오늘날의 스타인웨이에서 연주했을 때와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며 “그래서 저는 작곡가가 작품을 쓸 때 사용했던 악기와 그 소리를 아는 것이 작품 해석을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마지막 악장에서 베토벤은 페달을 거의 60마디 동안 지속하도록 표기해 놓았습니다.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로 페달을 밟으면 60마디 다 밟아도 소리가 번지지 않겠지만 현대 스타인웨이로 그렇게 하면 60마디는 커녕 3초만 지나도 소리가 너무 울려서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겁니다. 저에게는 이런 점이 엄청난 도전입니다. 만일 작곡가가 원래 의도했던 대로 당대 악기로 연주하게 되면 완전히 다른 효과를 낼 수 있거든요. 우리는 이 효과를 악기를 바꾸는 것 이상의 노력으로 전달해 내야해요. 또 음향적인 문제들도 있어요. 그 시대 대부분의 작품들은 크기가 작은 방 또는 홀에서 연주할 것을 염두하고 쓰여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작품들을 큰 공연장에서 연주합니다. 저는 1만7000석 규모의 할리우드 볼룸에서 슈베르트 소나타를 연주했습니다. 이 경우, 제가 연주하는 공간에 맞추어 작품을 재해석해야합니다.”

지메르만은 음악 외적으로도 소소한 일화를 만들곤 했다. 관객과 언론 앞에서 말수가 적은 그는 2009년 미국 공연 중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설치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비판했다. 또 2013년에는 한 관객이 녹화하는 걸 보고 연주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그는 유튜브·스마트폰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 “기술 진보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며 “불법 공연 녹음에 완강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음악가를 욕보이는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위험한 기술을 개발하면서 그에 맞는 법적 제재 장치를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주 쉽게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어서 모두가 집에서 만들어 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상당한 문제들이 생기겠지요. 저 또한 매일 유튜브로 영상을 봅니다. 그러나 유튜브로 인해 음악계에는 큰 문제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들의 연주 영상에의 접근성이 커져서 이를 모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됩니다. 이는 음악가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합니다. 다른 문제는 사람들이 불법으로 공연을 녹음한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실수를 찾기 위해 피아노 속에 녹음기를 놔뒀다. 마침 BBC방송도 마이크를 설치하고 녹음을 진행했다. 또 이 날 공연장 제일 뒷 줄에 앉은 관객이 불법으로 공연을 녹음하다 테이프를 뺏겼다. 이 세 가지 녹음이 그에게 전달됐다. 지메르만은 “그 날 저녁 호텔에서 같은 공연을 녹음한 3개의 다른 테이프를 비교해서 들었는데 제 녹음본은 아주 훌륭했다”며 “피아노 내부에 있었기에 공연장의 음향 효과는 없었지만 어떤 부분을 들으면 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BBC 녹음본도 어느 모로 보나 아주 훌륭했다”며 “불법 녹음본은 최악이었다”고 평했다.

“제일 맨 끝 자리에 앉아서 녹음한 그 연주는 지나치게 성급하고 속도가 빨라서 제대로 해석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어떤 연주를 하고 있는지 잘 이해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공연은 아주 엉망으로 들렸습니다. 불법 녹음본이 형편없었던 이유는 음향 효과 때문에 호흡과 같은 부분이 모두 녹음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음향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은 수년에 걸쳐 어떻게 제대로 피아노 소리를 녹음하는 지 배웁니다. 마이크를 기기에 잘못 꽂게 되면 녹음은 형편없어 집니다. 유튜브에는 이렇게 잘못 녹음된 연주 영상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새로 산 휴대폰의 음악 녹음기를 켜서 소리를 녹음하고 그대로 유튜브에 올리는 겁니다. 매우 거만하고도 잘못된 행동입니다. 대부분 음악가들의 실제 연주와는 완전히 다른 형편 없는 녹음본이 업로드 되기 때문이죠. 음악가를 욕 보이는 행동입니다. 이런 일이 닥치면, 저는 그런 녹음본을 공유한 나라에 다시는 가지 않습니다. 그 때 큰 상처를 받아서 저는 더 이상 그 국가로는 연주 일정을 잡지 않습니다.”

지메르만은 “뉴미디어 발전 속도에 비해 녹음 기술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는 듯 하다”며 “78회전 SP레코드와 33회전 LP레코드, 그리고 CD 소리를 비교해 보면, 가장 오래 된 78회전 SP레코드 소리가 가장 듣기 좋을 때가 있다”고 이어 말했다. 그는 “지난 50년간의 녹음 기술 혁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하지 않다”며 “그저 부정직한 사람들이 더 간편하게 불법 녹음본을 퍼뜨릴 수 있도록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어떠한 법적 제제도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는 그저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가게를 열고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했더니 물건을 훔쳐갔어요. 경찰을 불렀더니 그제서야 경찰이 가게 문을 닫는 셈입니다. 저는 정치인들이 유튜브의 주장에 왜 반박하지 않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사실 굉장히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데 말이죠. 만일 지메르만의 공연을 어떤 사람이 유튜브에 올리려고 하면 지메르만이 업로드를 승인하는 절차를 더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이 간단한 절차를 개선할 수 없다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배워서라도 바꾸어야 합니다.”

환갑을 지난 그는 연주자와 나이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견해를 내놓았다. 지메르만은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젊은 친구들답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끔 음악적으로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게는 13세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소나타를 아주 성숙하게 치는 모습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며 “젊은 피아니스트가 그 나이에 맞게 연주하는 것은 정직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가 계속 진실되게 연주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갑자기 13세 아이가 60세 할아버지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 파리에서 열린 제 브람스 리사이틀에 왔었습니다. 그는 제게 파리에서 저녁 내내 브람스 작품을 연주하다니, 어느 누구도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거라면서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발라드로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소나타를 연주하는 아주 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공연 다음 날 점심을 함께하면서 저는 ‘마에스트로, 저보다 71세나 더 많으신데 제게 조언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브람스 작품번호 10을 칠 때 아직 미숙하다고 느낍니다. 젊은 피아니스트로서 아직 깊이가 떨어집니다. 제가 작품을 해석할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라고 했어요. 그러자 그는 제 말을 중간에 끊더니 ‘그 작품이 그렇게 깊이가 있다고 확신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이런 답변을 하실 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요. 저는 이 경험으로 인해 가끔 우리가 작품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의미까지도 상상해서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요구할 때가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행동은 작곡가를 욕 보이는 행동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대다수의 작곡가들은 작곡 당시 지금의 젊은 음악가들만큼이나 어렸습니다. 쇼팽, 모차르트, 슈베르트 모두 젊은 나이에 곡을 썼지요. 그러니 사실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그렇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봐도 됩니다.”

그는 “오히려 정말로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거만하게 연주하거나 음악의 화성적인 짜임새에 맞지 않게 연주하거나 작곡가를 뛰어넘는 자체적 해석을 시도할 때”라며 “그들이 진실되게 정직한 연주를 할 때는, 일부분에서 빠르거나 느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들의 연주가 미숙하다는 등의 비평은 쓰지 마시길 바란다. 리스트 역시 그 나이에는 같은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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