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첨단소재·전통 수공예가 빚은 혁신디자인 ‘눈길’

입력 : 2017-07-25 21:02:24 수정 : 2017-07-25 21:02:2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주목받는 디자이너 노일훈 개인전 / “미래지향적인 건축·디자인 위해 / 자연의 고유한 생명력 되찾아야” / 번개·파도·자기장 등 자연현상들 / 탄소섬유 등 신소재 통해 구조화 건축가로 출발한 노일훈(39) 작가는 집을 설계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상상하는 구조물들을 실험한다. 그것이 디자인이 되고 작품이 되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학교 AA스쿨을 졸업한 노일훈 작가. 그는 유기적인 실험적 구조체로 차세대 혁신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안토니 가우디나 프라이 오토 같은 유기적(자연주의적) 건축가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컴퓨팅 설계와 시뮬레이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공학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자하 하디드나 헤어조그 앤 드뫼몽 같은 건축가들에 이르러서야 유기적 운동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나름의 실험적 디자인 프로세스로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려 한다. 생명체뿐 아니라 번개, 파도, 해안침식, 지구 자기장 등과 같은 자연현상에서 발견되는 패턴들을 첨단소재를 통해 구조화하려고 한다.

“탄소섬유와 광섬유 등의 신소재와 중력의 원리를 접목한 작품이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중력에 순응해 늘어진 곡선과 중력을 거스르는 아치가 조화를 이루는 조명설치 작품 ‘파라볼라 파라디소’(Parabola Paradiso 포물선 천국).
전시장에 탄소섬유와 광섬유를 꼬아 만든 줄에 비즈가 끼워져 있고 LED빛이 그 속을 관통하고 있다. 중력에 의해 자연스레 늘어진 모습은 고급 샹들리에를 연상시킨다. 중력을 거스르는 아치형 형태로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매듭이라는 뜻을 가진 작품 ‘노두스’는 낯에는 차양과 스크린으로 쓸 수 있고, 저녁에는 조명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공예기법, 첨단소재와 제조공법, 자연에 대한 연구가 주된 관심사다.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기계 대량생산 방식에 저항했던 공예운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다. 기술의 한 수단에 불과한 기계가 자연으로부터 탈취한 유기적 형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미래지향적 건축과 디자인을 위해 기계문명이 자연으로 탈취한 자연의 고유한 생명력을 되찾아야 한다.”

그가 첨단과 병행해 전통적 수공방식을 붙잡고 있는 이유다.

하나의 면을 잡아당겨 제작한 테이블과 스탠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극소곡면체를 디자인에 응용한 작품이다.

“해양생물 방산충이 구멍을 통해 매우 효율적인 구조를 만든다는 것에서 착안을 했다. 이런 구멍을 통해서 구조체를 만드는 것을 천으로 재현하면서 완성에 이르게 됐다.”

거미줄이 엉겨 있는 것처럼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선들이 서로 엉겨 있는 모습의 벤치도 이채롭다.

“사실 이런 구조물들은 컴퓨터로 계산해내거나 생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탄소섬유를 사용해 현존하는 3D프린터로도 제작이 안 된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는 컴퓨터기술을 사용하지 못해 꼭 수공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디자인을 하려는 나의 의도도 있다.”

세계 미술계나 디자인계가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건너간 영국에서 성장한 그는 2011년 디자이너 명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런던 아람갤러리 초대를 받으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프랑스 파리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는 그의 작품 활동을 2년간 지켜본 끝에 지난달 초기작 ‘라미 벤치’(Rami Bench·2013)를 소장했다. 퐁피두센터에 작품이 소장된 한국 작가는 백남준과 이우환(81) 정도다. 오는 9월17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