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상생 방안 시간제한 없이 총수들과 ‘그룹 토론’

靑서 27·28일 첫 공식 간담회 / 이틀간 15개 기업 두 그룹 나눠 만나 / 만찬 간담회 진행 실질적 대화 추진 /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등 이슈 많아 / 靑 “기업 고충·제안 듣는 자리 될 것”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대표 간 첫 공식 간담회는 만찬을 겸한 ‘그룹별 집중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같은 대통령과 재벌 총수 간의 형식적 회동이 아닌 실질적 의견을 교환한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이 연이틀 15명의 각 그룹 총수 또는 기업 대표를 만나 일종의 ‘그룹 포커스 인터뷰(FGI)’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일과 28일 기업인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하는 모습.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부할 말씀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여러 기업의 어려운 점과 건의를 듣고 할 때 실제 많은 아이디어가 창출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조를 당부하는 분위기가 아닌, (기업인 말을)들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진솔한 대화의 시작이라고 믿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간담회 일정을 소개하며 “과거엔 식사라는 격식에 맞춰서 형식적 대화로 흐른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통 1시간에서 길어야 1시간 30분 정도로 제한되는 오찬 간담회 형식이 아닌 시간에 제약이 없는 ‘만찬 간담회’로 자리를 마련하고 참석자 수도 두 테이블을 넘지 않는 각각 7명, 8명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방침에 따라 14대 민간 그룹인 삼성·현대기아차·SK·LG·롯데·포스코·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KT·두산·한진·CJ와 중견기업 오뚜기까지 15개 참석 기업은 두 개 그룹으로 나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과거와는 차별된 형식으로 자유롭게 기업인들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릴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며 “지난번 방미 경제인 차담회에서 했던 (문 대통령의) 말씀이 그런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문 대통령은 ‘방미 경제인단과의 차담회’ 자리에서 “돌아가게 되면 다시 제대로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간담회에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뚜기 경우는 여러 가지 상생 협력, 일자리 창출 등에서 모범적인 기업이기 때문에 참석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동의 공식 명칭을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기업인과의 대화’로 정한 만큼 오뚜기가 모범 사례로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

애초 문 대통령과 경제계 대표의 상견례는 대통령의 휴가 뒤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현안이 부각되면서 휴가 이전으로 당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인세,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이야기가 주로 논의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것을 이야기하거나 청와대와 정부의 방침을 일방적으로 양해해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고충과 제안을 함께 듣고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대표와 첫 공식 간담회를 하기로 하면서 이전 대통령 첫 간담회 형식도 비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7일 만인 2012년 12월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아 총수들을 만났다.

하지만 전경련 방문 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혀 재벌 총수와의 간담회에 긴장감이 흘렀다.

‘기업 프렌들리’를 앞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9일 뒤 첫 공식일정인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이후 첫 일정으로 전경련을 찾아 도시락 간담회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개월 만인 2003년 6월1일 청와대가 아닌 근처 삼계탕 집에서 그룹 총수들과 ‘삼계탕 회동’이라는 파격적 형식으로 재계와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박영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