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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영화이야기] '옥자'로 재소환된 스크린독과점 지형에 대한 불만

입력 : 2017-07-22 14:00:00 수정 : 2017-07-21 10: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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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에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 관련 얘기다. 지난번에 썼듯이 ‘옥자’ 덕분에 유사 시간여행도 경험했지만, 또 다른 생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대 멀티플렉스 체인(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스크린독과점 지형 같은.

‘옥자’는 지난 6월 29일 3대 스크린 2,379개를 제외한 전국 196개 스크린 중 약 절반인 94개 스크린에서 개봉되어, 7월 20일까지 281,695 관객을 동원했다. 20일 현재 상영 중인 스크린은 57개다. 저예산영화나 비한국, 비미국영화였다면 큰 흥행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성적이라 하겠다.

3대 체인의 ‘옥자’ 상영 거부가 정당한지, 3대 체인 이외의 스크린 확보가 중요한 다른 영화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등등 여러 이슈도 지나갔다.

그동안 특정 영화의 개봉 규모 축소나, 퐁당퐁당 상영, 조기 종영이나 스크린독과점이 발생할 때마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면, 흥행성이 있다면, 관객들이 원한다면’ 개봉이나 상영에 의도적인 이익이나 불이익은 없다고 얘기해 오던 3대 체인은 머쓱해졌다.

하필이면 CJ E&M이 배급한 ‘리얼’(감독 이사랑)이 ‘옥자’보다 하루 전날인 6월 28일에 개봉되면서 더욱 모양이 빠져버렸다. ‘옥자’보다 약 10배 많은 97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첫 주말 50,721명의 관객들을 동원했는데, ‘옥자’의 첫 주말 관객 30,019명 보다 이 동원했다. 개봉 스크린 중 CGV 스크린이 321개로 3대 체인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원래 전국적으로 CGV 스크린 수가 가장 많으니 그렇다 쳐도, 7월 20일 현재 ‘리얼’을 상영하고 있는 26개 스크린 중 CGV 스크린이 20개라는 점은 새삼스럽지 않다.

최근 몇 년, 개봉 규모는 작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상영 규모가 점점 커져 의외의 흥행 성공을 거둔 다큐멘터리 영화나 소위 저예산 영화들 대부분이 3대 체인 관련 배급사였다는 사실도 새삼 떠오른다.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약 480만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감독 진모영, 2014)는 개봉 스크린인 186개였으니, ‘옥자’ 보다 개봉 규모가 컸는데, 공동배급사 중에 CGV아트하우스가 보인다. 약 225만 관객을 동원한 ‘한공주’(감독 이수진, 2014)도 개봉 스크린이 203개였고, 배급사가 CGV아트하우스였다.

개봉 스크린이 1500개를 훌쩍 넘는 영화에 비할 규모는 아니고, 작은 영화 배급에도 관심을 갖겠다는 의지로 볼 수도 있으나, 확보하고 있는 자사 스크린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일 수도 있다. 자사 관련 배급사 영화에 스크린이 너무 후하다면 말이다. 반대로 그 외 영화에 스크린이 너무 박해도 마찬가지이고. 



‘옥자’ 덕분에 소환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 영화 ‘옥자’를 보기위해 일부러 대한극장을 방문하면서, 대한극장에서만 혹은 대한극장 외 한두 개 극장에서 상영되던 영화를 보기위해 일부러 방문했던 때가 기억났다. 큰 스크린에서 봐야한다면서 ‘늑대와 춤을’(감독 케빈 코스트너, 1990)을 대한극장에서 관람했는데, 그 시절 대한극자은 나지막한 건물에 2천석 이상의 대규모 좌석과 70미리 영화 상영도 가능한 대형 스크린이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러나저러나 ‘옥자’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여러 생각과 행동을 유발시켰다. ‘옥자’를 보고 싶은 관객들은 상영 극장 찾아 삼만리를 떠나거나 넷플릭스 가입 후 원하는 재생 환경 확보 노력을 해야 했다. 혹시나 ‘옥자’를 통해 잊고 있던, 혹은 존재조차 모르던 극장을 방문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면, 그 경험이 지속되길 바란다. 꽤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는 공간일 테니까.

아. 하나 더 생각났다. 앞으로 영화상영 ‘생태계’ 변화도 궁금해진다. 건강해질까? 과연 영화관은 사라질까?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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