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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루피노가 스타셰프 샘킴을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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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0 06:01:00 수정 : 2017-07-19 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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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식문화 전파 첫번째 프로젝트로
루피노 뚜깔레 오로 리제르바
이탈리의 대표 와인 산지 투스카나. 이 곳에서는 ‘음식이 곧 와인이고 와인이 곧 음식이다’는 말이 있답니다. 와인을 곁들이지 않은 식사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음식과 와인은 동전의 앞뒷면 처럼 한몸으로 여겨지죠. 왜그럴 까요. 투스카나 지방에서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들은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음식 친화적인 와인이기때문이랍니다. 이 때문에 투스카나의 레스토랑에서는 그 음식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와인을 매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다못해 하몽이나 프로슈트 등 가벼운 음식이라도 어떤 와인을 선택할지 신중하게 고를 정도죠. 

샘킴의 한우 서로인 스테이크
투스카나에서 식사의 정의는 단순히 좋은 음식과 와인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그 순간을 경험하고 하루의 일정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랍니다. 실제 이탈리아 레스토랑 가보면 굉장히 시끄러운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저녁 먹는 시간에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감정을 함께 나누죠.

이런 투스카나의 와인들은 한국 음식과도 페어링이 잘 됩니다. 간이 센 음식은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과 잘 맞고 된장국을 곁들인 식사는 화이트 와인과 궁합이 좋아요. 코리안 바베큐나, 명이나물, 발효식품 등은 신선함을 강조하는 끼안띠 와인과 매칭이 잘 되죠. 특히 산지오베제 품종은 굉장히 다채로운 품종이라 영한 와인은 튀김 같은 가벼운 스타일 음식과 잘 맞고 숙성을 오래한 와인은 힘있는 음식과 잘 맞는답니다. 또 슈퍼투스칸을 만드는 볼게리 지역 와인은 스파이스한 음식을 곁들이면 좋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프로세코는 와인 자체만으로도 즐기기도 좋지만 발효된 치즈랑 찰떡궁합입니다.

루피노 와이너리 전경
투스카나에는 굽이치는 언덕과 돌산이 즐비한데 강한 여름의 무더위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냅니다. 밤에는 시원하기 때문에 바삭바삭한 산도가 유지되고 포도가 천천히 익어 보다 깊은 풍미를 지니게 됩니다. 특성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데 다소 시원한 북쪽지방에서 생산되는 끼안띠 클라시코는 복잡미묘한 향을 내고 상대적으로 더운 남쪽인 끼안띠, 몬탈치노, 몬테풀치아노 지역의 와인들은 맛이 진하고 말린 자두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끼안띠 와인을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일라리오 & 레오폴도 루피노가 1877년에 설립한 루피노(Ruffino)로 140년동안 투스카나, 움브리아, 프리울리에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루피노는 1895년 말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와인품평회에서 당시 프랑스 특급 와인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답니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어요. 미국의 금주령 시대(1920~1930년대)에 루피노는 ‘스트레스 완화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하네요. 루피노는 1984년 끼안티 지역이 DOCG로 지정되었을 때 최초의 보증 레이블 ‘AAA00000001’를 받은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루피노는 세계적인 주류매거진 와인앤스피릿이 선정한 미국내 레스토랑에서 인기있는 와인 순위 2위를 차지했고 2014년 임팩트(Impact)지에가 미국 내 수입와인 1위로 선정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명성이 높답니다.

전통 끼안띠 방식으로 만든 루피노 피아스코의 독특한 보틀
피아스코(Fiasco)는 예전에 끼안띠 와인을 담던 보틀인데 통통하고 병바닥이 둥글어 밑둥을 짚으로 싸서 고정시켰답니다. 과거 끼안띠 와인은 산지오베제에 여러 화이트 품종을 많이 섞어 생산량을 늘렸기 때문에 피아스코 와인은 싸구려 와인으로 여겨지면서 이런 형태의 와인병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루피노는 전통을 살리기 위해 피아스코 형태의 끼안띠 와안을 다시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피아스코는 14세기 투스카나 유목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던 음료를 보관하던 통에서 유래됐습니다. 산지오베제 70%와 카베르네 소비뇽을 30%을 섞은 이 와인은 전형적인 끼안띠 와인으로 신선한 자두와 체리의 과일향과 스파이시한 풍미가 잘 어우러져 식욕을 북돋아 줍니다.

루피노 수석 와인메이커 가브리엘레 타코니
1998년부터 루피노에 몸담고 있는 수석 와인메이커 가브리엘레 타코니(Gabriele Tacconi)씨가 최근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와 함께 스타 셰프 샘킴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새로 문을 연 오스테리아 샘킴에서 루피노의 대표 와인와 샘킴의 요리들을 매칭해봤습니다. 루피노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루피노는 올해부터 이탈리의 식문화를 전파하는 ‘테이스티 이탈리아 위드 루피노(Taste Italy with RUFFINO)’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 첫번째로 샘킴의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타코니씨는 한마디로 심플하지만 퍼펙트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네요. “샘킴 요리는 많은 것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굉장히 건강한 원재료로 완벽한 맛을 내죠. 루피노도 마찬가지에요. 투스카니의 좋은 포도로 뛰어난 블렌딩 기술을 통해 완벽한 와인을 만들어낸답니다. 여기서 노력이 심플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샘킴의 주방 식구들이 최고의 음식 만들기 위해 고군부투 하듯이 루피노도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죠. 하지만 지향하는 바는 단순함이라는 점에서 같아요. 단순함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완벽함을 전달하는 것이죠”. 그가 자연주의 요리로 유명한 샘킴을 선택한 배경이 이해가 되네요.

두깔레 오로 끼안띠 클라시코 리세르바
루피노의 대표 와인은 두깔레 오로 끼안띠 클라시코 리세르바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은 2014년 2월부터 끼안티 지역에 새롭게 최고 등급인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가 생겼는데 뚜갈레 오로 2010 빈티지가 이 등급을 받았습니다. 재미있는 일화 있어요.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이탈리아 아오스타(Aosta)의 공작은 매년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했는데 1890년 이 공작은 플로렌스에 있는 루피노의 와인셀러에 들러 여러 와인을 맛보다 한 와인에 심취하게 됩니다. 그는 로마에서 돌아올 때까지 그 와인을 절대 다른 곳에 팔지 말고 자신을 위해 리저브(reserve·예약) 해달라고 요청하죠. 이에 루피노는 그 통에 ‘리제르바 두깔레(공작이 예약한 와인)’라는 문구를 분필로 써 놓았고 성지순례를 마친이 공작은 자신의 궁정에 루피노 와인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리제르바 두깔레는 현재 이탈리아 끼안띠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의 대명사가 됐답니다. 이 와인은 산지오베제 80%,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섞었습니다. 12개월간 슬로베니아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뒤 한번 사용된 작은 오크통에서 12개월간 2차 숙성을 진행하고 3~4개월동 병 숙성 과정을 거쳐 출시됩니다. 강렬한 베리류 향, 잘 익은 말린 자두향, 체리잼 등의 달콤한 과일향이 우아하게 입안에 퍼집니다. 또 바이올렛, 시나몬, 향나무 등의 스파이시한 풍미가 어우러져 복합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고 탄닌은 부드럽지만 구조감은 탄탄합니다.

한우 서로인 스테이크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루피노 슈퍼투스칸 모두스
구운 라디치오가 곁들어진 제주산 돼지고기 살시치아 딸리아뗄레
모두스(Modus)는 루피노가 만드는 모던한 스타일의 슈퍼투스칸 와인입니다. 모두스는 라틴어로 ‘방법’이라는 뜻으로 루피노가 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쏟은 세심한 노력과 노하우들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레이블에는 와인의 상징으로 해도별이 그려져 있는데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합되는 모든 원소들을 표현했다는 군요. 산지오베제 34% 카베르네 소비뇽 33%, 메를로 33%을 블렌딩했습니다. 섬세한 꽃향기와 레드베리, 체리 같은 붉은 과일, 채소향, 후추향의 아로마가 매혹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어 담배와 초콜렛의 진한 향이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과 어우러지며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구운 라디치오가 곁들어진 제주산 돼지고기 살시치아 딸리아뗄레와 잘 어울립니다.

루피노 프로세코
부라타 치즈와 루꼴라가 어우러진 그린 샐러드
루피노는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Prosecco)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이탈리아 스파클링은 보통 스푸만테(Spumante)로 부르지만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은 프로세코로 부릅니다. 지역이름이면서 품종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품종은 글레라(glera)라 입니다. 루피노 프로세코는 글레라 100%로 빚는데 향기롭고 농축된 과일의 부케가 매력적입니다. 사과, 배, 복숭아의 향이 꽃향기와 함께 어우러지며 부드러운 버블이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부라타 치즈와 루꼴라가 어우러진 그린 샐러드와 매칭했습니다. 소비자가는 2만원대 가성비가 매우 뛰어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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