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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회담·이산상봉…'베를린 구상' 시동, 북 호응 관건

입력 : 2017-07-17 18:34:44 수정 : 2017-07-17 21: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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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결 해소로 대화 물꼬 트기…이산상봉 논의도 타진 / 투트랙 회담 추진 배경·전망 / 회담 장소 판문점 북측 통일각 제시 / 주도권 측면서 한수 접어준 모양새 / 기싸움 피하고 조속한 호응 유도 조치 / 北 관심사 정치·군사문제부터 접근 /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땐 갈등 증폭 정부는 17일 군사당국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이라는 투트랙 회담을 북한에 전격 제안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근본문제로 규정한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 해소를 목적으로 한 군사회담을 진행하는 동시에 북한이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인도주의 문제 논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사회담에 긍정 반응 가능성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회담 제의 배경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7월27일을 계기로 군사분계선(MDL)상의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놓고 봤을 때 시점상 일단 빨리 남북 군사당국회담이 개최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렇게 봤을 때 오늘 정도는 제의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군사회담) 제안을 하면서 남북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하는 그런 측면에서 적십자회담도 함께 제안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군사분계선에서의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4대 대북 제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정부가 군사당국 간 회담 장소로 판문점 내 우리 측 지역(평화의 집)이 아닌 북한 측 지역인 통일각을 제시한 것은 북한 측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를 놓고 제의→역제의→수정제의가 오가는 기싸움을 피하고 북한의 조속한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은 일단 군사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앞서 15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의 해소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새로운 여정의 근본문제로 제시했다. “제2의 6·15시대로 가는 로정(路程)에서 북과 남이 함께 떼어야 할 첫 발자국은 당연히 북남관계의 근본문제인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 존엄 관련 문제에 관심이 높은 북한이 군사회담의 의제인 상호 적대행위 중지와 관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대북 전단 살포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왼쪽)과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이 17일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남정탁·하상윤 기자
◆탈북 여종업원 문제가 이산상봉 관건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단 이명박정부 이래로 9년간 남북 간 상호 불신의 골이 너무 깊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경제개발 병진 노선을 분명히 하는 상황에서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북한이 8월 중순 시작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을 요구할 경우 갈등이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 및 탈북 후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씨 송환과 연계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고민이다.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은 자유의사로 귀순했고, 김씨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북한이 두 회담에 모두 응해도 선(先) 군사회담→후(後) 적십자회담으로 일정이 잡혀 있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으로 여기는 군사당국 간 회담 결과가 적십자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직 외교안보 부처 고위 관료는 “북한은 우리의 대북 군사적 압박이 아주 거세거나 경제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될 때 회담에 나왔다”며 “현재 우리의 대북 압박이 거세지도 않을뿐더러 북핵·미사일 제재 국면에서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가동이 어려우니 북한이 우리에게서 얻어낼 게 없다”고 회담 전망을 어둡게 봤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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