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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멀리 갈 필요 있나요?…나만의 휴식 '작은 휴가' 인기

입력 : 2017-07-02 19:23:30 수정 : 2017-07-02 21: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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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서 ‘호캉스’ 즐기고… 공연 관람·운동 등 취미활동
직장인 김모(29)씨의 올해 여름 휴가지는 ‘집’과 ‘만화방’이다. 휴양지에서 사람들에 치이는 것보다 편한 곳에서 부담없이 쉬고 싶어서다. 휴가 때 즐길 게임기와 만화책들은 벌써 정해뒀다. 김씨는 “전체가 100권에 달해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만화를 볼 것”이라며 “꼭 바다나 산으로 가야만 휴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1·여)씨는 여름 휴가를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목표는 늘어난 뱃살을 빼는 것. 하루 8∼10시간짜리 다이어트 코스를 신청한 집 근처 헬스장이 그의 휴가지다. 그는 “1년 중 마음먹고 시간을 낼 수 있는 건 지금이 유일하다”며 “자기계발 등 평소에 하기 어려운 일을 몰아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각오를 다졌다. 

성큼 다가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작은 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 많다.

국내외 여행 등 특별한 이벤트 없이 가까운 곳에서 자기만의 휴식을 즐기는 게 핵심이다. 최근 두드러진 ‘혼자’ 문화나 미니멀 라이프가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금전적 이유나 직장 내 눈치보기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작지 않게 작용한다.

작은 휴가는 금전적·정신적 부담이 적어 ‘실속파’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콩나물시루 같은 성수기 휴가지를 피해 도심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거나 공연 관람, 운동 등 취미생활을 하는 형태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캘리그라피나 미술, 요리 학원 등도 1∼2주일의 단기 속성 코스를 마련해 이 같은 수요에 대처하고 있다. 교외에서 하루이틀 독서를 하는 ‘북스테이’, ‘북게스트하우스’도 인기다.

이들이 생각하는 휴가는 ‘1년에 한 번, 1주일 이상, 국내외 여행’이란 일반적 이미지와 다르다. 필요에 따라 하루나 이틀만 휴가를 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직장인 82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78명(69.9%)이 평소 ‘1일씩’, 혹은 ‘2∼3일간’ 휴가를 사용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연차 또는 반차를 틈틈이 이용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여건상 긴 휴가를 보낼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휴가를 가지 않은 만큼 (회사에서) 연차보상비 등을 받으려는 욕구도 부분적으로 반영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은 휴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 보니 휴가를 마음먹은 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7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가 휴가를 쓸 때 회사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원급(40.8%)이나 대리급(39.2%)이 부장급(27.4%)보다 눈치를 더 봤다. 주로 업무공백에 대한 우려(43.6%, 복수응답 가능)나 상사의 휴가일정(30.6%) 때문이었지만 ‘은연 중에 가지 말라는 눈치를 받아서’(21.3%), ‘다들 휴가를 안 가는 분위기라서’(14.6%),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13%) 등 이유도 있었다.

금전적 부분도 무시하기 어렵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여름 휴가철 국내여행 예상비용은 1인당 평균 55만원, 해외여행은 무려 153만원이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경비 부담 때문에 장거리여행 등을 포기하는 측면도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럽 여행 계획을 올리는 이들을 보면 솔직히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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