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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내 이상형은 얼마?”…이상형과의 소개팅 위해 ‘현질’ 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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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18 14:20:36 수정 : 2017-06-18 20: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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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분이 이용하는 줄 몰랐어요. 여러 이성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노모(27)씨는 최근 소개팅을 주선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사용해보고는 재미를 느꼈다. 노씨는 약 2개월 전 사귄 지 일주일도 안 된 여자친구가 ‘양다리’를 걸친 사실을 알고 헤어졌다. 자취방에서 홀로 안주도 없이 소주 3병을 들이켤 정도로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이성과의 만남을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진정되자 그는 새로운 이성과 인연을 맺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동시에 사귀며 ‘어장관리’를 했던 것을 떠올리며 선뜻 누군가를 만나는 게 망설여졌다. 만남을 주선해줄만한 사람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해결책으로 떠오른게 소개팅 앱이다.

◆이상형인지 미리 확인하고 만날 수 있어 편리…나를 얼마나 드러내는가가 관건

이성의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노씨는 “소개팅 주선자가 있는 만남에서는 외모를 이유로 만남을 이어가는 것을 거절하면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지만 소개팅 앱을 이용하면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을 미리 보고 판단할 수 있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노씨처럼 소개팅 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앱 장터 검색창에 ‘소개팅’을 입력하면 나타나는 소개팅 앱은 17일 현재 250개에 달한다. 다운로드를 한 횟수도 앱에 따라 적게는 1만에서 최대 100만 차례에 이른다. 앱 평가 점수도 5점 만점에 4점 이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 앱의 가장 큰 장점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앱을 이용하기 위해 가입할 때 자신의 이상형과 성격, 관심사, 거주 지역 등을 입력하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이성을 선별해 소개해주는 식이다.

가입 조건은 까다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간단하지도 않다. 자신의 사진은 물론 직업, 관심사, 가치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의 기준’ 등 쉽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사진을 여러 장 등록하고 프로필을 구체적으로 작성할수록 높은 신뢰도를 얻을 수 있고, 비슷한 신뢰도를 보이는 이성을 소개받을 수 있어 성공적인 소개팅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진지한 만남을 위해선 직장명과 연봉 수준 등 흡사 결혼정보업체 수준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이상형 소개받으려면 3캐시, 대화 신청하려면 5캐시

앱을 설치하는 것은 무료지만 ‘제대로’ 이용하려면 현금 결제가 불가피하다. 앱에 따라 하루에 2∼8명을 무료로 소개해주긴 하지만 상대방의 자세한 프로필을 보거나 소개받은 이성에게 대화를 거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선 각각의 앱 내부에서 사용하는 화폐가 필요하다. 이들 화폐는 휴대폰 결제로 사들일 수 있다. A앱의 경우 사용료로 3개월권 5만2800원, 6개월권 8만7900원을 지불해야한다. 다른 앱도 엇비슷하게 돈이 든다. 온라인 게임 상에서 고급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 결제를 하는 이른바 ‘현질’과 유사하다.

소개팅 앱을 이용해본 경기도 의정부시의 옥모(28)씨는 “소개 한 번 받으려면 3캐시, 대화 신청하려면 5캐시 식으로 뭐든 돈을 들이지 않으면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돼 있어서 부담스럽더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는 부작용도 있다. 서울 중구에 사는 이모(28)씨는 “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지인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앱을 통해 발견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사람의 사진을 프로필로 등록한 것이라더라”며 “그런 말을 들으면 선뜻 이용하기 어렵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앱을 통한 만남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진정한 사랑’인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사회학)는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확장될 수 있겠지만 ‘만남의 거래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만남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낭만적 사랑은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의무감·헌신성도 떨어질 것이다. 상대를 수단이나 도구로 바라보는 ‘조형적 사랑(플라스틱 러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사회학)도 “일상생활이 과학화·합리화됐다고 해서 사람의 감정인 사랑의 영역까지 계량화하고 공인 인증하듯 신상을 꼼꼼히 체크하는 식으로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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