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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많아 처분 실익 없으면 가능… 연체정보 사라져 신용등급 올라 / 작년 9만6300여명 혜택 받아… “대상자 선별 시스템 구축 시급”
특수교사가 꿈이었던 김모(28·여)씨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임용고시 준비는 시작도 못한 채 3년째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대부업체 5곳에서 법정최고금리(27.9%)로 돈을 빌린 김씨의 아버지는 채무독촉에 시달리다 병을 얻었다. 김씨는 수당 높은 알바를 찾아다니며, 아버지 병원비와 생활비를 내고 남는 돈으로 이자를 갚아나갔다. 특수교사의 꿈은 멀어져 갔다.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지만 이미 불법 사채까지 쓴 후였다. 아버지 명의의 집이 있어서 채무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오해한 것이 화를 키웠다.

11일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한 해 동안 채무조정 혜택을 받은 대상자는 총 9만6319명,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은 48만48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위원회 출범 이후부터 9일 현재까지는 총 135만4349명이 신용회복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처럼 채무조정 제도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빚의 수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신복위 측 설명이다.

무엇보다 재산이 있으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채무조정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재산이 있다면 채무조정 신청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계수단으로 사용하는 부동산만 보유하고 있거나, 대출이 너무 많아 사실상 처분 실익이 없는 아파트 등에 거주하고 있을 경우에는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채무조정을 받으면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아예 불가능해진다는 것 역시 편견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신청대상자들은 이미 연체이력, 과중한 채무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라며 “오히려 정상적인 신용거래가 어려웠던 상태에서 채무조정을 신청하게 되면 안정적으로 빚을 상환할 수 있게 되고 등록되어 있던 연체정보가 사라지기때문에 오히려 신용등급 상승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씨 같은 한계 차주에 대해서는 금융과 복지를 연계한 ‘금융복지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히 다중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과 물질적 지원을 넘어서 빚 탕감이 필요한 사람들을 선별한 후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정운영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소 소장은 “채무자들이 어떤 목적으로 돈을 빌렸고 현재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가를 사전적으로 파악하고, 가정경제상담사와 금융복지상담사들의 능력을 키워 채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누가 왜 못 갚는지 등을 파악해 채무조정 사각지대를 파악하고,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홈리스(노숙인) 채무상담을 해주고 있는 임재원 ‘홈리스 행동’ 상임활동가는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을 찾아온 홈리스들의 경우, 상당수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명의도용을 당한 경우”라며 “금융 소외자들이 금융 사기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취약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 경제활동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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