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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기업들 정규직 전환 추진 ‘쉽지 않네’

입력 : 2017-06-05 20:43:27 수정 : 2017-06-06 0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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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 협력사 “직원 빼갔다” 제소/LGU+ 하청사 직원 “직접 고용하라”/쿠팡 노조 “빠른 전환은 빠른 해고”/企銀, 기존 행원과 무기계약직 갈등
정부 정책에 발맞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나선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민간기업 중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선 SK브로드밴드(이하 SKB)는 “직원들을 빼갔다”며 협력사들로부터 공정위에 제소당하고, 협력사의 자체적인 정규직 전환을 독려한 LG유플러스는 “직접 고용하라”는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다른 기업들도 추진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B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설치 등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SK브로드밴드 HOME고객센터’ 센터장 29명은 지난 1일 SKB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SKB가 사전 협의 없이 직원들을 빼가려 한다”며 “협력사 직원과 일감을 빼앗아 자회사에 몰아주려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앞서 SKB는 자회사를 새로 설립해 하도급 협력업체 직원 52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의 정관 승인과 이사회 구성 등 법인 설립을 위한 절차까지 마쳤다. 또 유지창 SKB 인프라부문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B는 “협력사에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원하면 SKB직영 월급 센터장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협력사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대기업의 자회사 정규직이 된다며 환호하지만, 협력사 사장들을 직원들을 잃고 하루아침에 부하직원으로 강등되게 생겼다며 법적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협력사에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권고했다가 반발에 부딪혔다. LG유플러스는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고용하고 있는 2500명의 서비스기사 가운데 비정규직인 900명을 지난달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라 면허가 없는 개인사업자(하청업체 도급기사)는 망 설치·수리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미래부는 올 1월 통신사들에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자 SKB와 LG유플러스는 서둘러 전환작업을 마무리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 하도급 직원들은 “LG유플러스가 직접 고용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500명의 협력사 설치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면, 비슷한 규모의 전국의 망 유지·보수 기사들까지 다 고용해야 한다”며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SKB처럼 협력사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거나 대기업 독점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일정 기준에 충족할 경우 6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빠른 정규직 전환’ 제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쿠팡맨들은 “6개월 내에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빠르고 쉬운 해고’일 뿐”이라며 국민인수위원회에 ‘쿠팡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무기계약직 텔러와 비서 등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기업은행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기은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졸 행원들 사이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온다”며 “진급 경쟁은 물론 급여 테이블에 따라 임금역전 현상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자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다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부딪칠 수밖에 없고, 기업 역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하면 방어적인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며 “비정규직 남용과 정규직의 과부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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