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B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설치 등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SK브로드밴드 HOME고객센터’ 센터장 29명은 지난 1일 SKB를 공정위에 제소했다. 이들은 “SKB가 사전 협의 없이 직원들을 빼가려 한다”며 “협력사 직원과 일감을 빼앗아 자회사에 몰아주려는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앞서 SKB는 자회사를 새로 설립해 하도급 협력업체 직원 52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의 정관 승인과 이사회 구성 등 법인 설립을 위한 절차까지 마쳤다. 또 유지창 SKB 인프라부문장을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B는 “협력사에 위로금을 지급하거나 원하면 SKB직영 월급 센터장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협력사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은 대기업의 자회사 정규직이 된다며 환호하지만, 협력사 사장들을 직원들을 잃고 하루아침에 부하직원으로 강등되게 생겼다며 법적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일정 기준에 충족할 경우 6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빠른 정규직 전환’ 제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쿠팡맨들은 “6개월 내에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한 ‘빠르고 쉬운 해고’일 뿐”이라며 국민인수위원회에 ‘쿠팡 비정규직 대량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무기계약직 텔러와 비서 등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기업은행 내부도 술렁이고 있다. 기은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졸 행원들 사이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대우를 받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온다”며 “진급 경쟁은 물론 급여 테이블에 따라 임금역전 현상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자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다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부딪칠 수밖에 없고, 기업 역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하면 방어적인 고용이 이뤄질 수 있다”며 “비정규직 남용과 정규직의 과부하 문제를 풀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미·정필재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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