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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4차 산업혁명] ‘라라랜드’가 20년 후 개봉한다면 어떤 오프닝 선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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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05 11:24:31 수정 : 2023-11-12 21: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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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에 개봉해 당시 국내 음악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인 34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수많은 신드롬을 만들어 낸 ‘라라랜드’의 오프닝(도입부) 장면은 영화 팬에게 잊지 못할 신(scene)으로 꼽힌다. 보기만 해도 숨 막히는 꽉 막힌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고속도로의 차에서 영화 속 인물들이 갑자기 한명, 두명 내리기 시작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이내 도로는 거대한 뮤지컬 무대가 되어 모든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환상적인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역시 음악영화로 2013년 개봉한 ‘비긴 어게인’의 장면도 꽤 인상적이다. 남자 주인공 ‘댄’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Mark Ruffalo)는 괜찮은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오래된 차 안에서 데모 테이프와 CD를 연신 듣는다. 그때 그가 모는 오래된 차 ‘재규어 마크 텐’(Jaguar Mark X)은 마치 박물관에 있을법한 클래식함으로 연민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자아낸다.

 

이들 두 장면은 자동차가 단순히 사람을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기능 이상을 우리 일상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음악과 배경에 맞춰 차 자체가 하나의 삶과 문화를 만들어 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자동차에서 보내고, 또 차를 둘러싸고 수많은 삶의 추억과 공간을 만들어 낸다.

 

20년 후에는 이러한 문화와 일상 추억을 뛰어넘어 자동차가 또 하나의 집 같은 역할, 즉 말 그대로 생활공간 그 자체가 될 전망이다.

 

2007년 처음 나온 스마트폰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며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확산된 인터넷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자유롭게 잇는 그야말로 지구촌 네트워크 시대를 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통신과 기술의 발달은 또 한번의 기술혁신 시대인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를 예고하고 있다. 초연결 사회란 사람과 사물, 데이터 등이 인터넷을 매개로 지능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창출하는 사회를 뜻한다. 쉽게 설명하면 네트워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맺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람과 데이터, 데이터와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 등 주위의 모든 사람과 기기가 인터넷을 통해 인식과 행동을 함께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정보기술(IT) 분야 저명한 시장조사 기업인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로 연결되는 기기 수는 2015년 약 49억개에서 2020년 약 208억개로 4배 넘게 늘어난다. 이는 지구상 인구 1인당 2.7개로 사람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사물이 더 많아지는 사회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놀라운 IoT와 초연결 사회의 전초기지는 자동차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산업계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자율주행차가 운전자 없이 목적지에 가는 고도의 기술이라면, IoT를 이용하여 자동차 자체가 하나의 스마트폰화가 되는 ‘커넥티드카’(Connected car)는 초고도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모바일의 영역이 개인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확장되면서 최신 정보통신 기술로 운전자에게 다양한 안전·편의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내년 커넥티드카 서비스와 하드웨어 시장이 약 5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202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9200만대) 중 약 75%(6900만대)가 무선이동 통신과 연결된 커넥티드카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에 고도화된 IT가 접목되어 운전자의 안정을 강화하고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이른바 ‘달리는 컴퓨터’, ‘달리는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에 따라 GM과 BMW, 현대·기아차, 도요타 등 완성차 기업은 물론이고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 또한 커넥티드카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커넥티드카 시장이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술에 가장 먼저 뛰어든 애플은 기존 자사의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를 계승하는 자동차용 운영체제 ‘카플레이’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구글은 커넥티드카 개발연합(OAA·Open Automotive Alliance)을 주도하여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기술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OAA에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혼다와 아우디, GM, LG전자 등 17개 글로벌 기업이 합류했다.

 

국내 커넥티드카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정보통신 기술과 차량을 융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자동차를 통해 생활과 업무 전반이 이뤄지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 또한 세계 최대의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Harman) 인수를 통해 커넥티드카 시장을 향해 본격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STG가 최근 발표한 자동차 기술 전략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등 주요 5개국에서 확보한 커넥티드카의 특허 수 1위 기업은 현대차이며, 3위는 LG, 5위는 삼성으로 한국 기업이 1, 3, 5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강명아 UN지원SDGs한국협회 부대표.

 

10년 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기술의 혁명이 찾아온 것처럼 커넥티드카 역시 우리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85%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하는 한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5대 자동차 생산국가이기도 하다.

 

또 한번의 기술 혁명 시대에서 세계 산업계가 한국의 역할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강명아 UN지원SDGs한국협회 부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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