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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은퇴시장… 잘고른 연금상품 열 자식 안부럽다

입력 : 2017-06-05 03:00:00 수정 : 2017-06-19 14: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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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연금펀드 강화 / 월급처럼 받아쓰는 ‘RIF’ / 퇴직금 등 목돈 한꺼번에 넣어두고 생활자금 쓴 후 남는 자산 유산으로 / 3억 불입땐 월 62만∼110만원 수령 / 생애 주기에 맞춘 ‘TDF’ / 사회 첫발 내딛는 순간부터 은퇴관리 / 30∼40대 수익 위주 공격성 투자하고 이후 국채 등 안정적 자산관리 유지를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만 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은퇴 이후 자산관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50조원에 이르는 은퇴연금 시장이 해마다 성장세를 거듭함에 따라 자산운용사들은 은퇴연금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4명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조사 기준으로 19세 이상 인구 가운데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65.3%에 불과했다. 반면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은 34.7%에 달했다.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도 절반이 넘는 58.6%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이 전부라고 답했다. 국민연금의 2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 수령액이 89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노후는 공적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오는 2060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젊은 세대들에게도 장래 은퇴자금 마련은 커다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은퇴 후 목돈 넣고 기대수명 동안 나눠 받는 RIF펀드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30일 인출식 연금펀드인 ‘삼성 한국형 RIF(Retirement Income Fund·은퇴인출펀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퇴직금 같은 목돈을 넣어두면 은퇴 후 기대수명 기간에 매월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생활자금을 꺼내 쓰고도 은퇴잔존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노후생활과 기대수명 이후에 자녀에 대한 유산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은퇴잔존자산은 기대수명 이후에도 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의 가치를 말한다.

예를 들어 기대수명이 25년인 퇴직자가 이 펀드에 퇴직금 3억원을 넣는다면 매달 62만5000∼110만원을 25년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통장에는 원금의 절반인 1억5000만원이 남게 된다. 이 상품은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 확률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1만번의 시뮬레이션 결과 원금이 1억5000만원 이하로 줄어드는 가능성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RIF가 투자하는 펀드상품은 펀드와 채권의 과거 수익률, 변동성, 시장전망, 지급률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한다. RIF펀드는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이 맡아 전 세계 70여개국 650여개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한다. 환율 변동성 위험을 줄이기 위해 환헤징(환위험회피)을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추가 수익은 없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상품이다.

김정훈 삼성자산운용 연금사업본부장은 “RIF 상품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부모나 자녀에게 장기간 매달 일정액을 나눠 지급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도 좋은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외 일부 고액 자산가들이 자녀들에게 유산을 남길 때 거액을 한 번에 증여하는 것이 아니라 매달 최소한의 자금을 연금형태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할 때도 RIF 상품을 활용하는 추세다.

◆생애 주기에 맞춘 타깃데이트펀드(TDF) 활용해야


30년을 일하고 40년을 나눠 써야 하는 은퇴자금의 특성상 소득이 있을 때 미리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에서는 자신의 은퇴 날짜를 정해놓고 생애주기에 맞춰 은퇴자금을 운용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Target Date Fund, 목표날짜펀드)’가 널리 보급돼 있다. TDF는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 30∼40대에는 글로벌 성장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이후 배당성장주로 무게중심을 옮겨 글로벌 배당주의 비중을 높이고, 은퇴가 임박해지면 주식과 함께 채권의 비중을 높여 자산의 안정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은퇴 이후에는 글로벌 국채와 회사채 등 안정적인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춰 남은 기대수명 기간 동안 연금을 인출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운용전략을 갖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TDF 운용이 활발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TDF를 선택해 자산을 운용한다. 1990년대 처음 출시된 이후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특정 국가의 단기적 하락 등에도 리스크(위험) 관리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TDF 출시 1년 만에 1835억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 현재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TDF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TDF의 핵심은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적합한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운용 자산의 편입비중 재조정)에 있다”며 “경제 상황이나 물가 등에 맞춰 노후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30∼50대, 시기별로 다른 은퇴 준비


전문가들은 연령별로 노후준비 방법이 다르다고 조언한다.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30대 사회초년생은 올바른 지출 습관과 생애 전체를 위한 재무관리의 기틀을 다져야 하는 시기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우선 목표를 정하고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기 생활비는 월급의 30% 이하에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앞으로 부모나 자신의 건강문제 등으로 갑작스러운 목돈 지출이 생기는 만큼 월급의 10%는 비상금으로 따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은 반드시 가입하고 월급의 5% 정도는 꼭 필요한 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월급의 10%는 연금자산에 투자하는 게 좋다.

40대에는 노후 준비도 중요하지만 지출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지출과 노후준비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 사교육비 부담이 큰 만큼 자녀 1인당 사교육비와 노후준비의 비율은 1:1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또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소득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대학 등록금 등 목돈이 들어가는 교육비는 최소 5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조언했다.

50대는 은퇴가 임박하기 때문에 은퇴준비를 최종 점검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다.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라면 더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50대 외벌이 가구라면 배우자도 국민연금에 가입해 가구당 국민연금 수령액을 150만원 이상으로 늘리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연금저축 불입액을 늘려 ‘노후준비’와 ‘절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으로 꼽힌다. 저금리시대인 만큼 금융자산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대출금은 은퇴 전에 미리 상환하고 퇴직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주택은 규모를 줄여 은퇴 소득원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윤학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자산관리를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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