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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겟 아웃' 속 '뇌 이식'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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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27 10:48:09 수정 : 2017-05-27 10: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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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뇌 이식은 이론적으로는 가능/동물 머리 이식 성공 사례 여럿/연말에 사람 머리 이식 수술 예정
지난 18일 국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한 미국 영화 ‘겟 아웃’의 한 장면. 겟 아웃 공식 페이스북 캡처
*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의 흑인 사진작가인 크리스(다니엘 칼루야)는 백인 여자친구 로즈(앨리슨 윌리엄스)의 부모님이 지내는 교외 별장에 놀러 갔다가 덫에 빠진다. 로즈 어머니의 최면에 걸려 어릴 적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그가 옴짝달싹 못 하는 사이, 신경외과 의사인 로즈 아버지는 그의 뇌를 적출해 시각 장애가 있는 백인 미술상의 뇌를 이식하려 한다. 경매에서 크리스의 건장한 몸을 낙찰받은 이 미술상은 크리스에게 “당신의 심미안이 탐난다”며 입맛을 다신다. 하지만 여느 영화가 그렇듯 주인공 크리스는 로즈를 비롯한 가족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다.

지난 18일 국내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한 미국 공포 영화 ‘겟 아웃’은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 차별 문제 외에도 ‘뇌 이식’을 다룬 영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뇌 이식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올라온 ‘뇌 이식은 이론적으로 가능한가’란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뇌 이식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러시아 과학자 블라디미르 데미코프(1916∼1998)가 1959년 다른 개의 머리를 이식한 개와 함께 있는 모습. 이 개는 수술을 받고 23일을 살다가 숨졌다. 데일리메일 캡처
동물을 상대로 한 머리 이식 수술은 성공을 거둔 사례가 여럿 있다. 러시아 과학자인 블라디미르 데미코프(1916∼1998)는 1954년 개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몸에 이식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과학자 로버트 화이트(1926∼2010)는 1970년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의 몸에 이식했다. 이 원숭이는 면역 체계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면서 수술을 받은 지 9일 만에 결국 숨졌다. 다만 이 원숭이는 수술 뒤에도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며 음식을 먹었을 뿐 아니라 연구자의 손을 물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월 이탈리아의 논쟁적인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중국 하얼빈의대 정형외과 의사 런샤오핑과 함께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카나베로는 다른 원숭이의 머리를 이식 받은 원숭이가 윤리적 문제로 안락사를 당하기 전까지 20시간 동안 신경 손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원숭이는 골수 신경 연결이 이뤄지진 않아 수술 뒤 목 부위 이하가 마비되고 말았다.

올해 12월 사람 머리 이식 수술을 계획 중인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사진 오른쪽)와 중국 하얼빈의대 정형외과 의사 런샤오핑의 모습. 뉴스위크 캡처
카나베로와 런샤오핑은 올해 12월 사람의 머리 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카나베로는 지난 4월 독일 잡지 오오옴과의 인터뷰에서 “수술은 중국 하얼빈의대에서 이뤄지고 이식 대상 환자는 미국 애리조나의 알코어 생명 연장 재단에 냉동 상태로 보관 중인 (사망한) 중국인이 될 것”이라며 “면역 거부 반응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뇌는 어떤 면에서는 중립적인 기관”이라고 덧붙였다.

카나베로의 이 계획은 과학계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리적 문제가 존재할 뿐더러 수술이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신경심리학자 조이스 쉔케인은 “중추신경계의 절단된 신경은 다시 연결되지 않는다”며 “이식된 뇌는 피질 탄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감각적 자극을 전혀 받지 못해 완전한 기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조직 거부 반응이 일어나 (뇌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소소는 “뇌 이식은 빠른 시일 내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머나먼 미래에는 실현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상과학(SF) 영화 장면들이 하나둘 현실화되고 있는 것처럼 뇌 이식도 언젠가 우리 앞에 현실로 성큼 다가와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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