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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친정 온 듯 따뜻… 서울시향만의 ‘말러 특별식’ 선보일 것”

입력 : 2017-05-21 21:06:11 수정 : 2017-05-21 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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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6일 호흡 맞추는 지휘자 성시연
성시연 지휘자가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에 나선다. 단장을 맡고 있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봉을 잡는다. 25, 26일 이틀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다. 성 지휘자는 2009년부터 5년간 서울시향에서 부지휘자로 몸담았다. 서울시향의 눈부신 성장기를 함께 보낸 셈이다. 이들이 서울 관객과 다시 만나기는 2015년 6월 이후 무려 2년 만.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그는 공연에 대해 “많이 부담된다”고 말했다.

“일단 서울시향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가 너무나 높아요. 서울시향이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평가 기준점이 돼 버렸잖아요. 그 기대치를 채우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또 제가 시향과 5년간 함께했기에 ‘어떤지 한번 보자’는 시각도 있을 수 있고, 그러기에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지난 2년 사이 서울시향은 큰 진통을 겪었다. 정명훈 전 음악감독이 떠나고 악장마저 공석이 되면서 상당 기간 ‘선장 없는 배’가 됐다. 연주에도 이런 변화가 배어나올 수밖에 없다. 성 지휘자는 그러나 “최근 객석에서 관심 깊게 봐왔는데 단원들의 기본 기량이나 소리가 바뀌지는 않았다”며 “정 선생님이 계셨을 때와 비교하면 지휘자에 따라 반응하는 모습이 다양해졌다”고 분석했다.


성시연 지휘자는 “내가 남성·독일인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저력 있고 화끈한 기질을 가진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전에는 정 선생님의 음악 철학·색깔이 시향 연주에서 아주 강하게 나왔어요. 지금은 그 색채가 엷어져서인지, 각기 다른 지휘자의 개성에 시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변화를 겪기는 성 지휘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필이라는 한 오케스트라를 꾸준히 맡으면서 교향악단의 생리가 어떻고 단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좀 더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서울시향은 그의 친정이다. 올 2월 대전예술의전당 초청으로 대전에서 먼저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췄을 때도 그랬다. 그는 “리허설 중 친정에 온 듯 따뜻함을 느꼈고, 단원들도 저를 시향이 성장할 때 같이 커온 가족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시향과 같이 일하는 건 특별한 즐거움이에요. 서울시향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어요. 소리와 인간적 면모 모두에서 섬세한 데다가 한번 뭉치기 시작하면 끈끈해지는 한국인만의 특징을 갖고 있어요. 외국 악단과는 또 달라요.”


성 지휘자는 경기필을 ‘곰탕’, 서울시향을 ‘특별식’에 비유했다. 그는 “곰탕을 좋아하는데 유학 시절 한번 요리하려면 특별한 마음가짐이 필요했다”며 “경기필은 가마솥에 재료 넣고 오래 우러나도록 계속 불을 넣어 마지막에 곰탕 한 그릇이 나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반면 외부에서 한번 출연하는 시향은 특별식 같다고 한다.

이번에 그가 선보일 ‘특별식’은 말러 교향곡 4번과 블로흐의 헤브라이 광시곡 ‘셀로모’다. 마이클 파인 전 시향 자문역과 의논해 직접 고른 곡들이다. 4번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밝고 경쾌하다고 일컬어지지만 성 지휘자의 해석은 달랐다.

“4악장에 이 교향곡 전체를 아우르는 한 문장이 있어요. ‘이 지구 위에서는 천상의 음악 같은 곡은 들을 수 없다, 어떤 음악도 천상의 음악을 대신할 수 없다.’ 이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1∼3악장이 존재한다고 봐요. 결국 말러가 우리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 아닌가. 말러는 ‘천상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지상에서 아파하고 갈망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경험하지만 결국 이에 도달하지 못한 작곡가라 생각해요. 이런 인생의 굴곡과 그로테스크함을 4번이 제일 잘 표현했다고 봐요.”

‘셀로모’ 역시 구약성서 솔로몬 왕의 인생을 통해 비슷한 주제를 전한다. 말러처럼 성 지휘자가 정한 음악가로서 ‘천상의 목표’도 높았다. 그는 “서울시향을 처음 지휘했을 때 제가 갓 태어난 아기였다면 지금은 소년기”라며 “가야 할 곳이 천상의 수준이라면 전 아직 미미하다”고 했다.

성 지휘자뿐 아니라 국내 교향악단들도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불거진다. 서울시향에 이어 최근에는 수원시립교향악단 김대진 지휘자가 사임하기도 했다. 올해로 4년째 경기필 단장을 연임하고 있는 성 지휘자 역시 현장에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사장과 음악감독이 분리된) 서울시향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의 비중과 역할, 책임이 너무 크다”며 “국내에서는 지휘자가 악단을 음악적으로 어떻게 발전시켰는지뿐 아니라 복지·운영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휘자가 음악에만 신경써야 하는데, 예산·복지까지 다 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단원들도 이 스트레스를 받고, 지휘자의 비중도 커지죠. 복지 문제도 해결해야 해요. 단원이 연주력과 전혀 관계 없는 일들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행정감사에서도 좋은 공연을 했느냐가 아니라 티켓 판매로 평가돼요. 공공기관에 몸담은 예술인으로서 악단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의식을 늘 하고 있어요. 믿고 바라봐 주셨으면 해요. 새 정부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떠오르잖아요. 이게 세세한 기관까지 다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 국내 교향악단은 이제 70년 역사를 바라보잖아요. 짧은 기간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니 대단한 저력이 있다고 봐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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