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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못 타게 할 수도 없고…" 버스 뒷문 승차의 명암

입력 : 2017-05-20 08:00:00 수정 : 2017-05-19 15: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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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염모(34)씨는 최근 출근길 시내버스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뒷문으로 내리던 중 한 남성이 자기를 밀치고 버스에 탔기 때문이다. 내리는 사람을 위한 뒷문으로 탄 것도 모자라 어깨까지 치니 화가 났다. 지하철 시간을 맞춰야 하는 탓에 그냥 넘겼지만, 시간이 흘러 당시를 떠올리기만 하면 염씨는 여전히 울화통이 치민다.

염씨 같은 사례는 버스 환승제도가 도입된 후, 어디서나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는 카드 단말기가 양쪽에 설치되면서 뒷문에서도 카드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앞으로 타지 않아도 요금이 차감되니, 대놓고 뒷문으로 타는 일도 종종 보인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한윤종 기자.

서울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 A씨는 “바쁜 시간대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배차 간격을 좁히기 위해 버스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원래는 앞문으로 승차를 유도하고 뒷문으로 하차하는 게 맞지만, 바쁜 시간대에 그런 걸 지키다 보면 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승하차 시 뒤엉키는 승객들로 버스가 자주 소란스럽지만 일일이 계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A씨는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 복잡할 때는 기사 재량에 따라 앞문 하차와 뒷문 승차를 허용하라는 모호한 말만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뒷문으로 내리려다 타는 이와 마주한 시민. 앞문으로 타지 못해 뒷문으로 오르려다 시비가 붙은 이들. 이처럼 다양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버스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하거나, 다산콜센터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화살은 기사에게로 향한다. 당연히 기사들도 억울할 수밖에 없다.

뒷문 승차와 관련해 직접 제기한 민원이 있는지 다산콜센터에 문의했더니 “상담 시 ‘뒷문 승차’를 키워드로 남기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버스 관련 민원으로 포괄적이게 범위를 지정해 놓으면 알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버스업계 관계자 B씨는 뒷문 승차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법제화보다 서로 이해하는 쪽으로 무게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엉키는 승객들로 발생하는 사고나 뒷문 승차 시 양심을 속이는 무임승차 등과 관련해서는 “시민들의 의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문으로만 타게 하고 뒷문으로만 내리게 하면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통 체계 등 사회 시스템은 발전하지만, 시민 의식 성장이 이를 따라잡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는 이상 이같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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